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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속 여성]클로드 모네―양산을 쓴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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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6-22 18:32:00 수정 : 2007-06-22 18: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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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그 자체였던 연인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얼마 전 조간신문을 들여다보니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내부가 미술작품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과학기술은 물론 예술의 지원을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구입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전시회까지 열고 있다고 한다. 나름대로 글로벌기업다운 통 큰 발상이다.
MS처럼 미술 작품을 대거 구입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종종 명화를 접하는 건 돈은 되지 않지만 제법 쏠쏠하게 생활의 활력소를 가져다 주는 일임에 분명하다.
최근 몇몇 거장의 초대전에 주말 새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건 우리네 어린 시절보다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만큼은 꽤 성장한 것을 방증하는 것 같다. 요즘 서울시립미술관에선 모네의 전시회가 한창이라는데, 다녀온 지인의 감상평은 “그림은 제대로 못 보고 사람만 구경하다 왔다”는 것이다. 우리 관람문화가 ‘성숙’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자연을 감싼 대기의 미묘한 뉘앙스, 빛을 받고 변하는 풍경의 순간적 양상을 표현해낸 인상파 화가의 작품은 조금 북적거려도 직접 보아야 제 맛일 게다. 특히 ‘인상·일출’이라는 그의 작품명을 통해 미술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 모네의 작품은 더욱 그렇다.
붓을 든 모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던 개념은 바로 ‘빛’. 대표작인 ‘수련’, ‘루앙대성당’ 등에는 빛을 따라잡으려는 그의 집념에 가까운 노력이 묻어 있다. 오죽하면 “죽음보다 어두움이 더 두렵다”고 했을까.
모네의 작품 중 그의 작품 경향과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양산을 든 여인’은 그의 연인이자 부인, 그리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모네의 모델이었던 카미유가 죽은 지 7년 후에 그려졌다. 실제 모델은 카미유 사망 후 그녀와 닮았던 친구의 딸인데, 얼굴이 묘하게 흐릿한 것을 보면 카미유를 모델로 삼았을 때의 연작을 재현하면서 그녀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듯하다. 아니면 카미유가 사무치게 그립지만 세월에 씻기어 생김새가 흐릿해진 것일지도.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모네와 카미유의 결혼생활은 사실 카미유의 공이 컸다. 그녀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남편의 미술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궁색한 형편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창작작업만으로 남편이 진정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한 양처였다. 그런 카미유의 죽음은 모네에게 큰 슬픔이었으며, 그는 아내의 죽음 이후엔 풍경화에 매진하게 되었다. 카미유만이 그의 영원한 모델이자 그의 작품에 표현된 빛 그 자체였으므로….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모네가 사랑했던 빛과 카미유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의 조우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우리의 미술품 감상에도 작품을 보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을 진실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더욱 필요한 게 아닐까. 빛처럼 따스하고 온화했던 모네와 카미유의 사랑처럼.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www.brea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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