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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와 카산드라- 파리스 미의 여신 선발대회의 심판을 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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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7-16 00:00:00 수정 : 2007-07-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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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에게 강제로 당할 뻔 했던 카산드라는 반쯤은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 집으로 돌아오자 그대로 쓰러졌다. 그녀는 헛소리를 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온통 주위에는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시녀들이 그녀를 정중히 모시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커다란 실내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피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졌던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은 카산드라가 미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댔지만 그녀는 알 수 없는 말만 읊조리며 방안을 빙빙 돌고 있었다.

카산드라는 그날부터 수시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들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예언의 능력을 받았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단지 그녀가 몸이 안 좋아서 헛소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녀를 측은하게 여겼을 뿐이다.

한편 카산드라의 오빠 파리스는 자라면서 점점 아름다운 남자로 성장했다.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했던 그는 단지 양치기의 아들로만 알고 있었다. 그는 양을 치면서 가끔 친구들과 이데 산에서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티 없이 자랐다. 양을 치다가 때로는 물가에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마침 이 산에는 강물의 신 케블렌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딸은 오이노네였다. 님프였던 그녀는 이데 산에서 산책을 즐기곤 했다. 그런데 그녀의 눈에 파리스가 띄었던 것이다. 파리스가 잠시 땀을 식히며 왠지 모를 생각에 잠긴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그녀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아름답게 발전되어갔고,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가 싫은 사이가 되었다. 오이노네의 아버지는 처음엔 그들이 사귀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직접 파리스를 보고 난 후에는 그의 매력에 흠씬 빠져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정식으로 결혼을 하고 함께 지낼 수 있었다. 그들은 행복했다. 가끔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던 친구들과 모여 담소를 나누기도 하며 평화로운 날! 들을 지내고 있었다.

이 때 나라를 굳건하게 하며 영토를 확장하여 트로이를 강하게 만든 프리아모스는 장례경기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훌륭한 황소를 상으로 주기로 했다. 마침 좋은 소를 구하려면 이데 산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게 된 프리아모스는 부하들을 이데 산으로 보냈다. 부하들은 이데 산을 두루 다니며 목장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가장 좋은 황소를 골랐다. 그 황소는 다름 아닌 파리스가 귀여워하던 황소였다. 그는 그 황소를 내주기가 싫었지만 왕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는 그 황소의 용도가 장례경기에 우승자에게 주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자 왕의 부하들을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정 그렇다면 나도 당신들을 따라가겠소. 나도 장례경기에 출전하여 우승자가 되어 다시 내 소를 찾아올 것이오.”
그러자 왕의 부하들은 그를 돌아보았다. 마냥 곱기만 하게 생긴 그가 무예라고는 할 것 같지가 않았다.
“맘대로 하게. 하지만 경기를 하다 부상당하기는 십상이고,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기도 하네.”

하지만 파리스는 자신 있는 모습으로 왕의 부하들을 따라 트로이 성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경기가 열렸고, 파리스는 보기와는 달리 날렵하고 출중한 실력으로 상대를 하나하나 제압해 나갔다. 결국 그는 경기에 우승하여 황소를 다시 찾았다. 파리스가 경기에 이기자 프리아모스의 아들들은 그를 질투했다. 이개 양치기에게 자신들이 패했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중 데이포보스는 파리스에게 칼을 들이대며 그를 죽이려고 까지 했다. 파리스는 너무나 급한 나머지 제우스의 성전으로 피했다. 이때 마침 그곳에는 카산드라가 제우스의 신전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예언력을 받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갑갑해진 그녀는 이 신전을 가끔 찾곤 했었던 것이다. 파리스가 신전으로 뛰어 들어오자, 그녀는 그를 보지 않고도 그가 자신과 남매관계임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그를 나서서 보호해 주었다.

카산드라의 이야기를 들은 데이포보스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칼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하여 파리스는 프리아모스 앞으로 인도되었다. 이어서 파리스를 키워주었던 양치기 아게라오스도 그 앞에 불려왔다. 완전 사색이 되어 끌려온 아게라오스는 그간에 있었던 자초지종을 고했다. 그렇게 하여 파리스는 프리아모스의 가족의 일원이 되었고, 그를 애써 키워 주었던 양치기는 후한 선물을 받고 이데 산으로 돌아갔다.

당시 신들 중에는 단연 아름다움을 뽐내는 여신들이 있었다. 이들은 누가 보아도 아름답기가 그지없었다.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때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제외한 모든 신들이 초대를 받았다. 그러자 자기만을 제외한 데 분격한 에리스는 손님들이 앉아 있는 연회석 가운데에다가 황금사과를 하나 던졌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씌어져 있었다. 마침 이 결혼식에 참석했던 아름다운 여신들은 당연히 자신이 그 사과의 주인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헤라와 아프로디테와 아테나는 제각기 그 사과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든 주인을 가려주어야 할 입장에 놓인 제우스는 이러한 미묘한 문제에 판결을 내리기를 원치 않았다. 이 세 명의 여신들은 나름대로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 누가 더 아름답다고 규정하기 어려웠다. 제우스는 그것이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불렀다. 헤르메스는 지혜가 뛰어나고, 무슨 일이든 시키면 그 일을 척척 해결하는 비상한 수완이 있었다. 결국 최고의 미인을 뽑아 주어야할 책임을 맡은 헤르메스는 여신들의 미움을 받지 않고도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 았다. 그리고는 그 문제를 인간에게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당대에 가장 아름다운 남자인 파리스에게 미인 중의 미인을 고를 심판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명령으로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를 데리고 이데 산으로 갔다. 이 세 여신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때 에리스가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성에게’라 쓰인 황금사과를 주기로 했다.

세 여신은 자존심을 걸고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히기를 바랐다. 그녀들은 미남 심판관인 파리스를 어떻게든 매수하려고 각자 물밑작업을 했다. 그리하여 헤라는 자신을 뽑아준다면 전 세계의 패권을 그에게 주겠다고 했고, 아테나는 파리스에게 어떤 전쟁을 치르든 그 전쟁에서 파리스가 승리를 하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그에게 주겠다고 각각 제의했다.

파리스는 그 세 여신들을 돌아보았다. 그 아름다움을 누가 더 낫다고 판단할 수가 없었다. 또한 여신들이 자신에게 그 황금사과를 주면 해주겠다고 한 제안들도 모두 매력이 있었다. 그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세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놓치기 싫었고, 전쟁을 할 때마다 승리하여 개선장군이 되어 환호를 받는 영웅다운 꿈도 아른거렸다. 더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 세 여신을 본 그는 저 정도의 미모라면 하룻밤을 함께 지낸다 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미인을 얻을 수 있다니, 그는 마음이 설레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삶이 달라질 기회를 맞은 파리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다음 주에 이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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