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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영화 리얼한 현장 담았다"

입력 : 2007-11-09 16:11:00 수정 : 2007-11-09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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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화동'' 공자관 감독 에로영화는 누구나 한번쯤 보고 즐겼으면서 절대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즐기는 것)’ 중 하나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색화동’은 누구나 궁금해하고 한번쯤 훔쳐보고 싶은 에로영화의 제작현장을 리얼하게 담았다. 이런 낯뜨거운 소재를 영화로 만든 이는 실제 에로영화 14편을 만든 공자관(31·사진) 감독. ‘색화동’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인 셈이다. 그가 첫 극영화로 ‘색화동’을 찍은 것은 “가장 잘 아는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란다.
“창작자라면 누구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겁니다. 3년간 에로 업계에서의 내 경험, 내 이야기를 제대로 된 드라마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진규처럼 공자관 감독도 대학 영화학과 졸업 후 얼떨결에 에로영화판 조감독이 됐다. 출근 첫날부터 밤을 꼬박 새우며 일했다. 하루에 무려 30신을 찍기도 했다. 에로영화의 실제 제작현장은 화면에서처럼 끈적하거나 뜨겁기보단 고된 노동의 현장이었다.
“눈앞에 예쁜 여자가 벗고 있지만 아무 느낌이 없어요. 첫날엔 멀쩡하지만 밤을 새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어서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배우나 스태프들 모두 전혀 민망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건 단지 힘든 노동이기 때문이죠.”
그의 말에서 영화 속 에로 업계의 처절한 고군분투가 느껴진다. 매서운 추위에도 야외에서 맨몸을 드러내야 하는 배우들, 시간과 주위 시선에 쫓기며 어떻게든 촬영을 해야 하는 스태프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해 거짓말 헌팅과 도둑촬영을 감행하는 대목에서는 왠지 삶의 처연함이 묻어난다.
그는 “에로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똑같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성에 대한 편견과 이중적인 잣대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특히, 영화에는 주인공 못지않게 에로 여배우 사빈의 애잔함도 묻어난다. 그 누구보다 사회의 이중적 시선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게 에로 여배우이기 때문이다. 공 감독은 실제 옆에서 본 에로 여배우들에 대해 “생활력이 아주 강하고 기가 센 편”이라며 “촬영 전엔 보통 여자와 똑같은데 촬영이 시작되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프로정신을 지녔다”고 말한다.
에로 여배우는 영화 속 묘사처럼 일당 70만원이라는 에로 업계 최고 대접을 받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같은 업계 종사자로부터도 멸시받고 이용당한다. 영화에서 진규는 에로 여배우를 두고 “보통 여자”라고 말했다가도 “시집 못 간다”라고 말한다.
공 감독은 “쿨하게 에로 여배우를 직업인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라도 주변에서 한다고 하면 말릴 것”이라며 “주인공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색화동’은 순수제작비 1억3000만원으로 20여일간 12회차만에 찍은 저예산 영화다. 공 감독은 첫 번째 극영화에 대한 아쉬움과 소망을 함께 털어놓았다. “좀더 하고픈 얘기가 많았는데 제작비 때문에 포기한 신이 여럿 있어요. 서브플롯을 보태 보다 유기적으로 연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개 독립영화라고 하면 어렵고 관념적인 영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재미있고 웃기면서 야한 영화가 나온 거예요. 독립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색화동’은 어떤 영화
영화학도의 좌충우돌 에로영화 진출기를 통해 에로영화 업계의 애로 사항을 생생히 담았다. 주인공 진규(조재완)는 어쩌면 박찬욱 감독처럼 되는 게 꿈이었을 테지만 생계에 떠밀려 ‘올드보이’가 아니라 에로영화 ‘올누드보이’의 조감독이 된다. 진규는 에로영화 속에도 스토리가 있는 가슴 절절한 베드 신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의 뜻과는 무관하게 흘러간다. 살인적인 스케줄, 열악한 제작 환경,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그를 힘들게 한다.
재치 만점의 유명 영화 패러디 제목, 기존 유명 영화의 클리셰를 에로버전으로 바꾼 것, 감독 역을 맡은 김동수의 코믹 연기 등은 낯뜨겁지만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동시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씁쓸하다. 영화는 에로영화 뒷얘기와 내면의 갈등을 겪는 주인공 등 신선한 발상으로 흥미롭게 극을 이끌어가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힘을 잃는다. 또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여배우 사빈의 캐릭터가 드러나다 만 것도 아쉽다. 영화는 2006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돼 주목받았으며, 신선한 발상을 높이 산 청년필름에 의해 극장 개봉을 하게 됐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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