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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무방비도시, 아드레날린과 눈물의 양다리 걸치기

입력 : 2008-01-11 13:50:02 수정 : 2008-01-11 13: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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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변신·액션 볼거리… 신파로 빠지는 스토리 머쓱
영화 ‘무방비도시’(이상기 감독, 쌈지아이비젼 제작)를 보면서 퍼뜩 스치는 유치한 생각 하나는 앞으로 거리를 거닐 때 가방을 좀 더 철저히 단속해야겠다는 것. 그만큼 이 영화가 묘사하는 소매치기의 세계는 생생하고 섬뜩하다.

숨소리마저 거짓말이라는 소매치기 조직은 안테나, 기계 등 분아별 전문가 한명씩만 모인 소규모그룹. 함께 일해도 각자의 귀신같은 능력만 사지 애당초 믿음, 의리 따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동안 다른 영화에서 자주 만나온 조직폭력배와 사뭇 차별화된, 그들의 ‘쿨’한 관계와 기술력(?)은 신선한 긴장감과 볼거리를 선사하며 ‘무방비도시’에 진입하는 기폭제 역을 담당한다. 게다가 영화가 스포트라이트를 가한 삼성파라는 조직의 보스는 ‘백장미’라는 아리따운 ‘팜므파탈’이다. 어떤 화음을 빚어낼 지 즉각 예측되지 않는 배우 손예진이 그 배역을 연기했다는 것도 호기심 포인트를 올린다. 일본원정을 다녀온 삼성파가 알짜배기 권역을 차지하며 세력을 넓혀가는 과정은 범죄액션영화의 아드레날린 지수를 제법 보장한다. 매 장면 달라지는 손예진의 화려한 복식쇼와 강렬한 몸놀림도 거리 두고 구경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따라잡기에 그쳤음에도 분명 볼 만하다.

그런데 영화의 재미는 거기까지다. 형사 대표 조대영(김명민)과 소매치기 대표 백장미의 악연 등이 모든 게 결국은 엄마라는 존재와 관련있는 운명의 수레바퀴였다는 스토리 아래 감상적인 가족비극사 모드를 장전하면서 양다리 질주 양상을 띤다. 소매치기 소탕에는 소극적인 조대영 형사의 사연이 실은 전설적인 소매치기 엄마 강만옥(김해숙)을 둔 것에서 비롯했음을 알린 뒤 모자의 애증 에피소드, 엄마의 친구인 강만옥과 백장미의 결자해지 스토리 등을 전개하는 영화는 결국엔 눈물의 신파극으로 노선을 정리한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관계의 변화를 대사, 과거 회상신 등으로 친절하게 자꾸 설명하려 드는데도 불구하고, 조대영과 백장미가 유혹의 하룻밤을 공유한 심리, 조대영의 캐릭터 등이 세밀하게 포착되지 않는 것도 답답한 부분. 스크린 속에서는 김명민과 김해숙이 모자의 정을 애절하고 뜨겁게 연기하고 있는데 정작 보는 입장에서는 손수건을 꺼내도 닦을 눈물이 많지 않아 머쓱해지고 만다. 10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스포츠월드 조재원 기자 otaku@sportsworldi.com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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