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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도시’의 심지호, 칼잡이로 변신한 어린왕자

입력 : 2008-01-13 09:53:57 수정 : 2008-01-13 09: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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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여리기만 하던 청년이 어느날 갑자기 소매치기 칼잡이로 나타난다면?

‘고해’로 표현되는 세상, 현실 속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본인이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수가 부지기 많을 터. 하물며 픽션을 다루는 영화 속에서야 두말할 나위없이 가능한 설정이다.

심지호(27)는 10일 개봉된 영화 ‘무방비도시’(이상기 감독)에서 기업형 소매치기 조직의 안테나(최성수) 역으로 ‘어두운’ 변신을 했다. 그동안 유약해 보이는 역할을 많이 한 심지호이기에 강한 모습의 ‘최성수’는 안아주고 싶을 만큼 반가운 존재다. 그는 개봉을 하루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기자가 청한 사인에 심지호 대신 ‘최성수’라고 쓸 정도로 배역에 폭 빠져 있었다.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애를 썼는데, 기존에 알고 있었던 심지호라는 배우가 아닌 나름대로 변신해 보려고 애쓴 모습을 봐주셨으면 해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고, 소문 듣고 궁금하신 분들은 가서 직접 보시고 어떤지 평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1999년,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는 ‘학교2’로 데뷔했다. 이 때 맡은 역이 공부는 잘하지만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부잣집 아들. 그의 표현대로라면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아이 역을 맡은 셈이다. 그래도 ‘무방비도시’를 제외하곤 이게 그의 배역 중 가장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이별대세’ ‘유리화’ 같은 드라마나 영화 ‘녹색의자’ 등은 그의 어려보이는 이미지를 양념으로 담은 작품들이다.

구김없는 청년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니, 동화적 느낌 뒤에 만화영화 속 ‘무사 쥬베이’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사람들이 연약하게 보는데, 제가 웃지 않고 있을 때는 눈매가 되게 날카롭거든요. 그런 것들을 잘 살리면 조금 센 역할들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것들도 많이 시도해 봐야죠.” 이번 작품을 위해 그는 지난 여름 비지땀을 흘리며 액션을 연습했고 또 체중도 6kg이나 뺐다.

“극중 최성수가 쓰는 도구가 칼이에요. 칼의 이미지에 맞춰서 좀더 날카롭고 차가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살도 빼고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소매치기 삼성파의 여두목 백장미의 오른팔이자 소매치기 조직의 안테나. 백장미와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온 동업자 관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백장미를 짝사랑한다.

“최성수가 갖고 있는 캐릭터 자체를 단어 하나로 얘기하면 ‘질투’예요. 백장미에 대한 사랑이 있는데 그 사랑이 저에게 온 것이 아니라 소매치기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조 형사(김명민)에게 갔기 때문에 조 형사에 대한 질투인거죠. 계속해서 질투를 머리 속으로 고민하고 가슴으로 느껴가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술술 말을 잘 풀어놓는 그를 친구들은 ‘시어머니’라 부른다. 꼼꼼하고 잔소리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심지호에 대한 소속사(B.O.F)의 기대도 남다르다.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다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잘 돼서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면 정말 감사한 거지요. 그렇지 않더라도 저를 기억해주고 찾아주는 분들에게 꾸준히 작품을 통해 인사 드릴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신뢰할 수 있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강민영, 사진 김두홍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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