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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선의 세계 오지 기행] <13> 브라질 마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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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20 16:37:47 수정 : 2008-01-20 16: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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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품에 안기다
◇아마존 밀림의 소년.
홍돌고래와 식인 물고기 피라니아, 그리고 아나콘다가 사는 곳, 아마존 강.

그 강을 보러 먼 길을 떠났다.

아마존의 관문인 마나우스(Manaus)에 도착했다. 대서양 연안에서 아마존 강을 거슬러 1450km 내륙으로 들어간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도시는 브라질 유일의 자유무역항이자 아마존 관광의 거점이 되는 곳이다.

19세기 아마존 밀림에서 천연고무 채취가 시작되면서 이 도시는 흥청대기 시작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유럽에서 이곳으로 대거 몰려 왔다. 고무로 돈을 번 부호들은 욕실을 황금으로 꾸미고 다이아몬드로 온 몸을 치장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고립된 곳에서 문화적 소외감만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들은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를 그대로 모방한 극장을 짓기로 한다. 건축물 재료의 대부분은 유럽에서 증기선으로 실어 날랐다. 이탈리아 대리석에 영국 고급 가구들이 실려 왔다. 문화적 욕구가 충족될 만한 것들은 무조건 실어 왔다. 1896년 15년에 걸쳐 오페라 하우스가 완성되었다. ‘테아트루 아마조나스(Teatro Amazonas)’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많은 컬러 도자기 타일을 붙인 극장의 둥근 지붕은 적도의 강렬한 태양을 받아 번쩍거렸다. 그 당시 200만달러가 투입된 이 건물은 마나우스의 자존심이었다.

극장이 개관되자 유럽의 오페라단을 초청하기 시작한다. 고무로 벌어들인 수입이 마치 우기의 아마존 강물처럼 급격히 불어나던 이곳 부자들 일부는 서로 돈을 모아서 오페라단을 불러오기도 했다. 극장은 대성황이었다. 아마존에서 듣는 오페라 아리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오페라 하우스에는 연일 공연이 열리고 밤마다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사람들이 파티를 즐겼다. 선착장에선 유럽에서 실려 온 온갖 사치품들이 증기선에서 내려졌고, 여자들은 고급의상들을 유럽으로 보내 세탁해 입었다.

고무나무의 하얀 액체가 마나우스를 살찌우는 동안, 이곳의 진짜 주인이었던 수많은 아마존 원주민들은 과도한 노동으로 밀림에서 죽어 갔다. 그렇게 쓰러져 간 원주민의 원망어린 저주 때문일까? 아마존 밀림은 사람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풍토병으로 사망했다. 유럽에서 초청된 어느 오페라단은 불과 세 명만 살아남고 모두 황열병으로 희생되기도 했다. 당시 불멸의 테너가수 엔리코 카루소를 이 극장 무대에 세우려 했으나, 황열병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다.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마나우스의 고무 산업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항구는 한산해졌고, 오페라 하우스를 찾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론가 흩어져 갔다. 화려했던 마나우스의 영화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것은 이 오페라 하우스뿐이다. 전성기 때의 전통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매주 오페라가 공연되고 있다. 이 극장은 시내 북쪽인 상 세바스티앙 광장에 있다.

마나우스는 예나 지금이나 아마존 밀림을 탐험하는 사람들에게는 베이스캠프 같은 도시다.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랐다. 아마존의 거대한 두 강이 마나우스에서 약간 떨어진 하류에서 합쳐지고 있다. 아마존 강의 본류인 솔리몽이스 강은 안데스 고원에서 발원해 내려오면서 황토색을 띤다. 콜롬비아 고원에서 발원한 네그루 강은 침엽수림 사이를 지나오면서 강물이 검은 색을 띤다. 이 두 강은 서로에게 낯을 가려 쉽게 섞이지 못하고 10여km를 그대로 흘러간다. 다른 색깔의 거대한 강줄기가 나란히 흘러가는 모습은 아마존 마나우스 부근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풍경이다.

마나우스에서 네그루 강을 세 시간 남짓 거슬러 올라 아리아우 정글 로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밀림을 즐기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다. 정글 트레킹, 피라니아 낚시, 원주민촌 답사, 악어사냥 등 본인의 체력과 관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피라니아 낚시 투어에 먼저 참가했다. 물속에 잠겨 있는 열대우림 사이에 배를 띄우고 터를 잡았다. 금방이라도 악어와 아나콘다가 나타날 것 같은 두려움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피라니아의 미끼는 날 돼지고기와 닭고기다. 미끼를 물에 담그고 조용히 가다리는 것이 아니라 낚싯대를 계속 흔들어댄다. 말로만 듣던 피라니아가 낚싯대 끝에 매달려 올라왔다.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로 적의를 드러내는 피라니아 앞에서 사람들은 온 몸으로 아마존의 스릴을 느낀다.

이번에는 악어사냥이다. 별빛에 의지에 아마존 강의 지류인 늪지로 배를 저어 갔다. 밀림의 밤은 온전히 자연 그들만의 공간이다. 낯선 인간들의 출현에 물고기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두런거림이 온 몸으로 전해져 온다. 지리에 능숙한 청년은 정확히 악어의 눈을 향해 손전등을 비춘다.

늪지 수면에 얼굴을 내밀고 있던 악어의 두 눈이 손전등의 빛을 반사시키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 악어 한 마리가 청년의 손에 붙잡혀 올라온다. 어른 팔뚝만 한 악어 크기에 다들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거대한 악어와의 사투를 기대했을까? 귀엽기까지 한 작은 악어를 다시 강으로 돌려보낸다.

밀림 곳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을 찾아갔다. 야자나무로 얼키설키 지은 집들은 집이라기보다 밀림의 한 부분이었다. 한 소녀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밀림 속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학교를 가려고 해도 멀리 떨어져 있어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이곳은 그중 똑똑한 아이를 대표로 뽑아 학교에 보낸 뒤 그 아이로 하여금 학교에 못 간 나머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단다.

해질녘 로지 전망 탑에 올랐다. 노을에 물들어 가는 아마존 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그리고 이어폰으로 듣는 빌라 로부스의 선율, 비록 분홍돌고래는 보지 못했지만 이 정도의 호사라면 아마존 여행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위험하다며 아마존 여행을 말리던 친구에게 엽서 한 장 보내는 여유까지 생긴다. “친구야, 이곳에는 아나콘다가 없다.”



≫여행정보

브라질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마나우스행 국내선 비행기가 있다. 약 네 시간 걸린다. 멕시코시티나 미국 마이애미에서 국제선도 운항한다. 아마존 밀림 탐사 여행에 참가해 볼 만하다. 마나우스 시내 여행사에서는 밀림을 탐사하면서 로지에 숙박하는 다양한 탐사 프로그램을 개발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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