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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훈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 |
그런데 최근 그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아내에게 더 멋진 밤을 선사하고자 열 번 중 일곱 번은 사정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사정을 한 후의 상실감도 싫고 바로 곯아떨어지는 것도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정을 참으면 정력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자꾸 연습하다 보니 노하우(?)가 쌓였고, 이제 어느 정도는 자신의 의지대로 된다며 뿌듯해했다.
‘소녀경’에 보면 “남자가 한 번 사정하는 것을 참으면 기력이 강해지고 두 번 참으면 귀와 눈이 밝아지고, 세 번 참으면 육체의 모든 질병이 사라지고, 네 번 참으면 오장이 편안해지므로 모든 기능이 활발해지고, 다섯 번 참으면 혈액순환이 왕성해지고, 여섯 번 참으면 허리와 등이 건강해지고, 일곱 번 참으면 엉덩이와 허벅지가 단단해지고, 여덟 번 참으면 온몸이 완벽한 건강으로 빛나게 되고, 아홉 번 참으면 수명이 연장된다”고 기록돼 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은 인도의 전통사상인 탄트라에도 나와 있다. 탄트라에 따르면 남성들은 사정하지 않고 오르가슴을 갖도록 하면 전신의 오르가슴 외에 또 하나의 차원을 추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따라서 탄트라를 추종하는 일부 남성들은 아직도 오르가슴과 사정을 분리시키고 사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만일 남성이 자신의 정액을 보유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며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정을 억제하는 능력은 대부분 남성들이 갖고 있는 몸의 정상적인 기능이 아니다. 즉 남성이 흥분하고 사정 현상이 일어날 때 정자를 방출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정자를 방출하는 기관은 정낭이다. 정낭은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를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데 사정을 하지 않게 되면 정낭은 정자를 흡수해서 소모한다. 그리고 다시 고환으로부터 새롭게 만들어진 정자를 받아들인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만일 성 능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정자를 방출하지 않게 되면 정낭의 기능은 점차로 떨어지고 호르몬의 조화도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가끔 사정을 억지로 참다가 고환이나 회음부 주변이 당기거나 통증이 느껴진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또 사정을 참다가 방광이나 전립선 문제를 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조루증 환자이면 모를까 무리해서까지 ‘사정 참기’를 시도할 필요는 없다. 몸에서는 빨리 내보내라고 하는데, 머리에서는 참아야 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도성훈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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