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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의 와인이야기] 와인 마실 때 필요한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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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26 10:33:45 수정 : 2009-02-26 10: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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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반 친구들과 겨울바다로 놀러 갔었다. 졸업이란 단어에서 오는 서운함과 설렘 속에 우리끼리의 특별한 밤을 보내기로 하고 와인 한 병을 준비했다. 두꺼운 코트에 둘둘 말아 신주단지 모시듯 가져온 와인을 개봉하려는 순간 오프너가 보이지 않았다. 숙소를 여기저기 뒤져 봤지만 맥주 따개만 있을 뿐 코르크 오프너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투지와 오기는 불타는 법. 꼭 마시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작은 과일 칼과 젓가락으로 포도주병을 붙들고 씨름을 했다. 30여분의 고투 끝에 코르크 마개를 반쯤 뽑아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잔뜩 말라 있던 코르크 마개는 반으로 부숴져 버렸다.

아무리 기를 써도 부러진 나머지 반쪽이 나오지 않아 할 수 없이 젓가락으로 코르크 마개를 쿡쿡 찍어 병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결국 부러진 코르크 마개와 수많은 코르크 조각들은 와인 병 안에서 유유히 헤엄쳐 다녔고, 우리는 불빛 아래서 무슨 의식이나 치르듯 조심스럽게 와인을 따라 후후 불어가며 마셔야 했다.

요즘엔 와인 오프너가 흔해서 그런 해프닝은 거의 없겠지만 당시는 그 간단한 T자 모양의 코르크 스크루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크기도 작고 사소한 것 같지만 와인을 마시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와인 오프너다. 흔히 와인 스크루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이는 코르크 마개를 따는 오프너가 나선형이기 때문이다.

오프너는 간단한 T자형 스크루부터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서 많이 사용하는 웨이터즈 프렌드(waiter’s friend)란 이름의 보통 스크루, 호일 커터용 나이프까지 다양하다.

오프너로 와인을 개봉할 때 가끔 스크루를 코르크에 잘못 삽입하거나 방향이 비뚤어지면 코르크 옆으로 스크루가 삐져 나오기도 하고, 때론 코르크가 너무 오래 되었거나 말라 있는 경우 오픈 도중 부러지기도 한다. 그런 경우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부러진 반쪽을 뽑아내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혹은 가정에서 코르크 스크루를 장만할 경우라면 ‘스크루 풀(Screw pull)’ 제품을 권하고 싶다.

스크루 풀은 긴 스크루 양 옆에 다리가 있어 스크루를 코르크 마개의 정 중앙에 두고 두 다리는 와인 병목 입구에 고정시킨다. 그다음 한 방향으로 스크루가 다 들어갈 때까지 계속 돌리면 코르크 마개 속으로 스크루가 완전히 들어갔다가 다시 코르크 마개와 함께 나온다. 이 오프너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코르크 마개가 부러지는 일도 거의 없다. 또 부러진 마개도 이 오프너로 쉽게 뽑아낼 수 있다. 그 외에도 양쪽에 날개가 달린 윙 스크루도 많이 사용된다.

와인 오프너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것이 와인 병목을 감싸고 있는 호일을 벗겨내는 호일 커터(foil cutter)다. 보통 호일 커터는 웨이터즈 프렌드의 경우 작은 나이프 형태로 옆에 함께 장착되어 있으나, 일반인들은 사용하기 쉽지 않고 가끔씩 호일을 벗기다가 손을 다치는 경우도 있다. 업소가 아닌 집에서 와인을 마실 때는 U자 모양의 단순한 호일 커터를 따로 하나 준비해 놓으면 편하고 안전하게 호일을 벗길 수 있다.

와인의 마개를 성공적으로 열고 나서 깔끔하게 와인을 따르는 일도 역시 초보자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와인을 따를 때 와인이 병목을 따라 바깥쪽으로 흐르기 쉽고, 레드 와인의 경우 와인 레이블이나 식탁보에 얼룩이 지기도 한다. 이때 두께가 필름처럼 아주 얇고 호일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며 탄력성 있는 동그란 모양의 컵받침처럼 생긴 드롭 스톱(drop stop)을 이용하면 좋다. 드롭 스톱(이름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을 돌돌 말아서 병 입구에 2분의 1쯤 들어가게 끼워 넣고 와인을 따르면 와인이 병목 주변을 타고 흐르지 않아 깔끔하게 와인을 서빙할 수 있다. 드롭 스톱은 씻어서 재활용이 가능하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남은 와인은 와인 병에 들어간 공기를 빼주는 진공 펌프와 고무 마개를 이용하면 좀 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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