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현지시간) 파키스탄 북부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서 파키스탄 정부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미군이 교전까지 가는 일이 벌어졌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양국관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프간에 주둔 중인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 정부군이 25일 나토군 소속 미군 정찰기 2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키스탄군과 미 지상군 간 총격전이 5분간 계속됐으며 사상자는 없었다.
이를 두고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파키스탄 측은 “헬기가 파키스탄 영토로 넘어왔기 때문에 경고 차원에서 조명탄을 쏘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파키스탄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브라이언 휘트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헬기는 파키스탄 영토를 침범한 적이 없다”며 “파키스탄은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명확한 설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주재 미 대사관은 26일부터 미국방문 비자 발급을 돌연 중단키로 했다.
파키스탄은 다른 주권국가와 마찬가지로 외국군이 자국 영토에서 군사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테러전을 적극 지지했던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파키스탄에 사전 공지를 한다는 조건으로 공중 미사일 공격을 허가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미군이 파키스탄의 동의 없이 파키스탄 북서부 와지리스탄 지역에 지상군을 투입, 민간인 20명이 숨지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나빠졌다. 미 지상군은 이후로도 수차례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와 알 카에다·탈레반과 전투를 벌였다.
미국의 잇따른 월경에 경고 사격으로 응수하던 파키스탄은 24일 미군의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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