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북한 군부의 육로 차단 발표에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지난 11일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절대 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성공단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0일에는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이 북한의 거듭된 개성공단 압박 움직임에 대해 “북측이 (개성공단 폐쇄 등) 특별히 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로선 ‘넋 놓고 있다 당한 꼴’이다.
정부는 일단 북한이 제시한 12월1일 시한까지 어떻게든 대화를 재개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는 상생 공영이라는 화두를 갖고 북측 당국자와 만나 얘기해보자는 제의를 여러 번 했고, 그간의 남북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려면 당국 간 협의가 중요하다”며 “양측 당국 간 대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통보가 육로통행의 ‘전면 차단’이 아닌 ‘엄격 제한·차단’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김 대변인도 “북측의 통보내용을 보면 전면적인 차단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는 남북 대화를 한다고 해도 뾰족한 돌파구가 만들어지기 힘들고, 그렇다고 당장 태도 변화를 보이자니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또 한·미를 포함한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지만, 6자회담의 틀이 이달 안에 가동될지도 불투명하고 현재 미국이 정권 교체기에 있다는 점 등에서 공조의 효과를 당장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 장관이 당장 대북전단을 뿌리는 단체들을 만나는 등의 성의 있는 자세로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면서 “남측이 북측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장은 개성공단만은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한에 대화 제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이와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을 내려서 6·29와 10·4 선언을 전향적으로 존중·이행하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우리의 진정성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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