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룸이란 현재 위기를 전시에 상응하는 국면으로 규정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해 이에 따라 즉각 범정부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곳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최정예 요원들을 선발해 상황실을 만들고 전황과 승패의 원인, 이를 해결할 전략을 세우듯 정부도 같은 방법으로 대처한다는 뜻이다.
◇ 워룸, 왜 필요한가
워룸은 말 그대로 전시에 필요한 비상상황실이다. 지금이 전쟁상황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차원에서 보면 전쟁에 비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이다.
전쟁 상황에 걸맞게 긴급하고 중요한 정책들을 일사불란하고 효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워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안이한 초기 인식으로 정책의 신뢰를 상실하고 지금도 제대로 문제를 풀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대통령이 나서서 자금지원을 지시하고 금리인하를 주문했지만 시장에서는 잘 먹혀들지 않고 있는 점이 단적인 예다.
지적을 받은 부처들이 저마다 호들갑 떨며 대책을 내놓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거나 자기 혼자만의 생각이어서 바로 옆 부처 소관으로 넘어가면 '이견'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긴급한 조치들이 제대로 나아갈 리가 없다. 국회에서도 정책을 실현할 법안들이 올라오면 국익보다는 당리당략을 먼저 생각하며 시간을 끈다.
워룸이 설치되면 현재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 등으로 분산된 경제정책 수행기관의 부처 간 이기주의를 잠재우고 일사불란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선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별 위기대응계획을 수립하며 정부의 견해도 오직 이 창구만을 통해서만 전달해 시장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종합상황실을 통한 위기 대응법은 영국의 선례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난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종합상황실을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특히 브라운 총리가 제시한 은행의 '부분 국유화' 모델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영국의 위기 대응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 "우리도 도입하자"
이헌재 전 부총리는 "당장이라도 위기 대응 합동작업반을 가동시켜야 한다"면서 워룸 설치의 시급함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행의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대처와 국가 위기를 아랑곳 않는 자기 부서 챙기기,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문제"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영국 영란은행도 위기 시엔 정부와 정책공조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각 부처에 부처간 일사불란한 위기대처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전대미문의 위기엔 전대미문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부처 간 경계도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경제위기 대처를 위한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최근 "위기의 실체를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되지도 않는 성장률을 내놔 국민의 신뢰를 깨서는 안된다"면서 "청와대에 `워룸'울 만들어서 시장의 심각성을 즉각 파악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당국은 여전히 소극적
워룸 설치 필요성에 대해 정부 당국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워룸을 누가 주도해서 어디에 설치하고 누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기존의 경제부처는 썩 반갑지 않은 눈치다.
현재의 위기대응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인데다 워룸 설치를 둘러싸고 또 논란이 빚어질 경우 경제위기 돌파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금도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 주요 당국자들이 청와대에서 수시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제위기 종합상황실이라 함은 이들 기관의 무게 중심축으로 작용하면서 인력이 상주하는 곳인데 결국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합상황실이 자칫하면 옥상옥(屋上屋)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 워룸을 만드느니 차라리 부총리제를 부활하고 정부조직을 개편해서 금융통화정책을 재정.세제에 붙이는게 낫다"면서 "공룡부처 논란이 있으면 다른 기능을 떼버리면 된다. 거시경제정책 조합들은 한군데 있어야 신속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서별관회의도 있고 필요할 때는 관계장관들이 상시적으로 모여 협의하는데 굳이 별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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