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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의 여성] 남편의 배신에 아들들 죽임으로 답하는 복수의 여신

입력 : 2008-12-04 17:52:54 수정 : 2008-12-04 17: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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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 들라크루아
메데이아는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의 딸로, 순수한 영혼과 총명함, 마법을 사용하는 능력까지 지녔다. 천진난만했던 그녀가 아버지의 소유물인 황금 양털을 훔치러 온 이아손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때부터 메데이아는 오직 이아손만을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여인이 되었고,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리스 극작가 에우리피데스에 의하면 이아손은 금전과 권력에 눈이 먼 파렴치하고 비열한 자였다. 그는 황금 양털을 손에 넣기 위해 메데이아를 이용한다. 그런 이아손을 따르기로 결심한 메데이아는 그를 구하기 위해 동생을 처참하게 죽이고, 충격으로 넋이 나간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는 틈을 타 무사히 콜키스를 탈출했다. 사랑에 눈이 멀어 형제를 살육하고 조국을 배신한 여자가 되고 만 것이다.

메데이아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이아손은 그녀와 함께 코린트로 건너가 두 아들을 낳으며 겉으로는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테바이의 왕 크레온으로부터 사위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직후, 권력욕과 욕정에 사로잡혀 이아손은 조강지처를 헌신짝처럼 버렸다.

헌신과 사랑에 대한 대가가 배신이란 것을 깨닫게 된 메데이아는 질투와 분노의 화신이 되어 복수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남편의 신부가 될 글라우케의 몸에 독이 스며들어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처참하게 죽게 했다. 이아손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는 것만이 철저하게 복수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남편이 가장 아끼는 자식들을 해쳐 대를 잇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게 했다.

들라크루아의 ‘메데이아’는 질투와 분노의 화신이 된 메데이아가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과 이아손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살해하려는 순간을 담았다.

어머니의 팔에 매달린 아이들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하지만, 어미이기보다 한 남자의 연인으로 남고 싶었던 여인은 자식에 대한 연민마저 저버린 듯 칼을 빼 든다. 그녀의 표정에선 복수의 카타르시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나는 내가 어떤 악한 짓을 하려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의 분노,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을 초래하는 분노가 나의 이성보다 더 강하다…” 극 중 그녀의 독백은 그녀가 천성이 악한 ‘마녀’가 아니라 뼛속 깊이 배신의 고통과 후회로 괴로워하고 있는 상처받은 여인임을 보여준다.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사랑에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준 순결하고 가련한 여인이 철저하게 파괴당한 후 얼마나 무섭게 돌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순수하고 희생적이던 소녀가 냉혹하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 무시무시한 여인으로 변모된 것은 트라우마(Trauma) 때문이다. 트라우마란 정신적 외상을 의미하는데, 주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한 과거의 충격이 기억의 필름에 각인되어 흉터처럼 남아 미래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지금 우리나라의 20대 중후반 또래의 세대를 두고 트라우마 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중고교 시절 외환위기를 맞아 부모의 실직과 부도를 간접 경험한 바 있으며, 청년기인 최근엔 세계적 경제위기에 맞닥뜨려 다시 불경기와 취업 대란이란 한파를 몸소 경험하는 불운한 세대라 한다. 트라우마는 그것을 겪은 개인에게 콤플렉스로 작용하지만, 지혜롭게 극복한다면 더욱 강인한 면역력이 생겨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 전기를 통해 숱하게 보아왔던 위대한 인물들이 그래왔듯이, 아무쪼록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청춘들이 작금의 시련을 견뎌내고 마침내 활짝 개화하는 눈 속의 꽃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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