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데이아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이아손은 그녀와 함께 코린트로 건너가 두 아들을 낳으며 겉으로는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테바이의 왕 크레온으로부터 사위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직후, 권력욕과 욕정에 사로잡혀 이아손은 조강지처를 헌신짝처럼 버렸다.
헌신과 사랑에 대한 대가가 배신이란 것을 깨닫게 된 메데이아는 질투와 분노의 화신이 되어 복수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남편의 신부가 될 글라우케의 몸에 독이 스며들어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처참하게 죽게 했다. 이아손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는 것만이 철저하게 복수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남편이 가장 아끼는 자식들을 해쳐 대를 잇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게 했다.
들라크루아의 ‘메데이아’는 질투와 분노의 화신이 된 메데이아가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과 이아손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살해하려는 순간을 담았다.
어머니의 팔에 매달린 아이들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하지만, 어미이기보다 한 남자의 연인으로 남고 싶었던 여인은 자식에 대한 연민마저 저버린 듯 칼을 빼 든다. 그녀의 표정에선 복수의 카타르시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나는 내가 어떤 악한 짓을 하려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의 분노,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을 초래하는 분노가 나의 이성보다 더 강하다…” 극 중 그녀의 독백은 그녀가 천성이 악한 ‘마녀’가 아니라 뼛속 깊이 배신의 고통과 후회로 괴로워하고 있는 상처받은 여인임을 보여준다.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사랑에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준 순결하고 가련한 여인이 철저하게 파괴당한 후 얼마나 무섭게 돌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순수하고 희생적이던 소녀가 냉혹하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 무시무시한 여인으로 변모된 것은 트라우마(Trauma) 때문이다. 트라우마란 정신적 외상을 의미하는데, 주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한 과거의 충격이 기억의 필름에 각인되어 흉터처럼 남아 미래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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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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