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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매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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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2-10 21:23:43 수정 : 2008-12-10 21: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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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이켜보면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관직을 사고파는 행위가 성행했다. 관직을 산 사람은 재임 기간에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뽑기 위해 부정부패를 일삼고 백성의 재산을 수탈하는 탐관오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말기와 구한말에 매관매직이 극심했다. 고종과 명성황후는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관직을 파는 데 앞장섰다. 이로 인해 과거제를 근간으로 한 관료체제가 와해돼 망국으로 치닫는 한 원인이 됐다. 동학농민운동 당시 전주를 점령한 농민군이 정부군과 화약하면서 제시한 27개조 폐정개혁안에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국권을 농락하는 자들은 모두 쫓아낼 것’이라는 항목이 들어 있을 정도다.

나라를 잃은 울분으로 자결한 애국지사 황현이 고종 즉위년부터 한일합병까지의 견문을 기록한 ‘매천야록’에는 관찰사 10만∼20만냥, 알짜배기 군수 자리 5만냥 등 시세까지 기록돼 있다. 돈을 더 내는 사람에게 관직이 돌아갔기 때문에 지방 수령이 부임하던 도중에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기거나 부임한 달에 해임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상납하고 승진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정치권의 ‘비례대표 돈 공천’도 현대판 매관매직과 다름없다. 낙하산 인사야말로 변형된 매관매직의 전형이다. 한국만이랴. 매관매직은 어찌 보면 세계의 공통적 현상일 것이다. 미국의 엽관제도 또한 그 뿌리는 매관매직에 두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쉽게 내놓고 벼슬을 팔려다 세계적 망신을 자초했다.

9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라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가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원의원직을 수십만달러에 팔려다가 연방검찰에 걸려 독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상원의원 자리가 공석이면 선거구 주지사가 후임자를 임명하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사건 담당 검사는 “그의 행위는 무덤에 누워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을 돌아눕게 만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미국 사회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상원의원 자리여서 정치적 파문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 나라에서 매관매직을 내놓고 할까 걱정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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