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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어(漢藏語)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마쉐량(마학량)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학 교수. 김인희 박사는 이 책을 박사학위 지도교수인 마쉐량 교수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
‘동이족’(東夷族)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이런 정의에 따라 우리 민족은 자연스럽게 동이족의 후예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반기를 든 학자가 있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중국으로 유학, 베이징 중앙민족대학에서 언어인류학을 전공해 한장어(漢藏語)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마쉐량 교수의 지도 아래 ‘한국과 묘족의 창세신화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인희(41)씨는 ‘소호씨 이야기-산둥 다원커우 동이족의 탐색과 발견’(물레)에서 우리가 덜컥 선조로 믿고 있는 동이족과 중국 다원커우의 동이족은 근본적으로 다른 민족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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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커우를 다스린 최고의 신 소호. 신권을 상징하는 도끼 월을 손에 들고 팔에는 옥팔찌와 옥비환을 두르고, 귀에는 신의 소리를 잘 듣게 해준다는 귀고리를 찼다. 소호를 닮고자 했던 동이족들은 솟대를 세워 새의 신 소호를 기렸다. |
으레 ‘동이족=한민족의 선조’라 믿어왔던 김씨도 10여년 다리품을 팔아가며 ‘동이족→고대 한민족’이란 가설을 입증하려고 무던히 애를 써왔으나 무위에 그쳤다. 그는 고대 문헌을 공부하고, 고고학 유물들을 조사하고, 때론 참여관찰자로서 중국 서남부의 소수민족 먀오족과 야오족을 사귀며 그들 사이에 남아 있는 부족사회의 전통을 통해 원시시대의 사회상을 유추하는 사이, 한국학계의 일반적인 가설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새 형상을 한 소호라는 동이족 최초의 신을 내레이터로 등장시킨 저자는 독자들을 6000년 전 산둥반도 신석기시대로 안내한다. 1장에선 소호는 어떤 존재인지, 그가 왜 새의 형상을 하고 있는지, 동이족은 왜 그를 숭배했는지 밝히고, 2장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로서 태양조와 동이족의 태양숭배를 이야기하면서 신석기시대를 살았던 다원커우 동이족을 비롯한 고대인의 신앙체계를 다양하게 예시해준다.
3장은 생존을 위한 투쟁의 과정을 담은 것으로 그들의 정신문화적 특징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머리를 납작하게 하고(편두) 이빨을 강제로 뽑고(발치) 구슬을 입에 물어 잇몸을 갈고(구함구) 했던 것이 모두 새의 신 소호를 닮기 위한 노력이었음을 보여준다. 신석기 동이족 문화의 우수성을 다룬 4장에선 이때부터 농사가 시작되고 오늘날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를 만한 문물들이 창조되기 시작했음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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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박사 |
이에 대해 이형구 선문대 명예교수는 “한서 이후 동이족은 한반도와 요동반도에 살던 무리가 확실하다”면서 “중국을 다룰 땐 포괄적으로 다뤄야지 협소한 관점에서 보면 전체를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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