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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반하는 남자의 백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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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19 14:34:51 수정 : 2009-06-19 14: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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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백치미란 ‘지능이 낮은 듯하고, 단순한 표정을 지닌 사람이 풍기는 아름다움’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백치미인은 마릴린 먼로이다.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린 마릴린 먼로는 섹시스타이자 백치미의 대명사이다. 하지만 남자 중에서는 왜 대표적인 백치미를 대표하는 스타가 없는 것일까.

마릴린 먼로, 그녀가 이룩한 왕국

금색 머리카락, 하얀색 피부, 짙게 바른 빨간색 립스틱과 얼굴에서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은 검정색의 또렷한 점은 그녀의 백치미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백치미라는 단어에 꼭 필요한 금발미녀의 모든 조건을 정의했다.

단 하나의 이미지로 세상을 사로잡은 총명한 마릴린 먼로 이후로 미인의 장르에는 백치미라는 카테고리가 추가 되었다. 그녀가 완성한 백치미 아이템은 워낙 막강한 파급력과 중독성을 지니고 있어서 시대나 유행을 타지 않은 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많은 육체파 여배우들이 마릴린 먼로를 닮고 싶어 할 뿐 아니라 한 치의 발전도 없는, 아니 오히려 퇴보된 것 같은 백치미 컨셉을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실천한다. 오리지널이 아닌 아이템이나 경쟁력이 없는 캐릭터는 쉽게 식상하지만, 그것은 실천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수십 년간, 수천 번 이상 우려낸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중은 이 백치미의 마력에 매번 빠져들었다.

김현중, 아방한 아이돌의 완성

마릴린 먼로 이후로 백치미라는 단어는 여자에게만 줄곧 사용되어 왔다, 게다가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관습을 고수해온 한국에서  백치미를 가진 남자 캐릭터는 오랫동안 불모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자들에게서도 조금씩 백치미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남자의 백치미가 오히려 매력의 하나로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백치미 남성 캐릭터는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지만, 실제 모습에서 절정의 백치미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부드럽고 지적인 지후 선배 역할을 연기한 김현중이다. ‘4차원’이라는 단어로 살짝 포장을 하긴 했지만, 그의 매력은 단연코 백치미라고 할 수 있다. 놀라운 작명센스를 보여준 치킨 매장을 비롯하여, 홍보물로 나온 전단지에 모델로 등장한 모습은 그야말로 ‘지능이 낮은 듯하고, 단순한 표정을 지닌 사람이 풍기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게다가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컨셉의 리얼리티 광고 시리즈에서 보여준 일련의 모습들은 혹시나 했던 의구심에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가 아니라면 그 누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외국인 면접관 앞에서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영어를 못한다.”고 고지한 뒤 당당히 한국어로만 면접을 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걸어 다니는 조각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빛나는 그의 얼굴은 팬은 물론 일반 대중까지 황당하게 만드는 사고방식을 단숨에 압도하며 그저 흐뭇한 웃음만 만들어줄 뿐이다. 김현중이 등장하기 전에도 잘 생겼지만 조금 모자라는 듯한 남성 캐릭터는 있었지만, 그들 중에 김현중보다 잘 생긴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현중의 백치미 캐릭터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단순한 컨셉이 아닌 실제 모습에서 확인되는 백치 이미지가 매력으로 느껴질 만큼 천부적으로 빼어난 외모를 지닌 사람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온달과 여포, 역사 속 백치미남

백치미를 남자에게 적용할 때 간혹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바로 남자다운 것과 무식한 것 비례한다는 오해가 그것이다. 단지 백치라는 것일 빌미로 어줍지 않은 남자다움이나 터프함, 근육 등을 내세워 무식함을 이용하려 드는 코미디 조폭 영화에 나오는 무식한 깡패 캐릭터는 절대로 백치미남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무식하되 남자다운 캐릭터로 백치미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인물은 역사를 통틀어 단 한명이다. 그는 바로 <삼국지> 최고의 무장 여포이다. 빼어난 체격조건과 당당한 외모, 미인에 약한 순정남의 감성 뿐 아니라 남성적 카리스마와 극강의 전투력을 보유했으나 난세의 필수조건인 전략과 정보, 권모술수에는 영 자질이 없던 그는 말 그대로 남자다운 백치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여포의 강력한 라이벌로는 ‘바보 온달’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고구려의 장군이 있다. 젊은 시절 그의 바보스러움은 온 나라에 널리 퍼져 울보 평강공주의 남편이 되지만,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처럼 결혼 후에 그는 백치의 기미를 완전히 떨치고 용맹하고 현명한 남자로 다시 태어난다.

무엇보다 백치미남은 말 그대로 미남이어야 한다. 백치와 비례하는, 아니 백치를 웃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백치를 감싸 안을 수 있을 만큼 미남이어야만 비로소 백치미남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온달은 생김새가 번듯한 바보가 아닌 그저 바보 이미지였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백치미남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수천 년 역사에서 순수한 백치미남은 여포 단 한 명이다. 백치미남으로써 그의 존재는 완벽한 원조이자 전설에 가깝기 때문에 그 누구도 흉내 내거나 따라할 수 없다. 따라서 무식함과 남자다움, 막무가내 순정을 백치미로 포장하는 것은 매우 비열한 행동일뿐더러 조금도 닮아있지 않다.

백치는 아니라 할지라도 세계적인 미남 배우 알랭 들롱, 세계적인 섹시스타 브래드 피트는 학력이나 지성과 상관없이 미모만으로 세계의 여심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진 대로 문맹에 가까운 2pm의 리더 박재범과 이제 겨우 중학생을 면한 샤이니의 막내 태민이가 백치미의 후발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농담으로라도 이들이 똑똑하다고 주장한다면 정색을 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이들이 참으로 매력적인 남자라는 의견에는 부드럽게 동의하는 여자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은 아직 젊기 때문에 장차 이들이 어떤 지성을 갖춘 인물로 거듭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만큼은 지성보다는 미모로 여자들의 혼을 빼 놓는 중이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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