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여론 형성 가능성 높아… 오바마 정부 증파전략 차질

AP, UPI통신은 5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포트후드기지에서 정신과 의사인 니달 말리크 하산 소령이 이날 낮 1시30분쯤 권총 두 자루를 들고 의료센터에 들어가 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고로 군인 등 1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했다. 당초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하산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미군 기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사건으로 반전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추가 파병해야 하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인들에게 총을 쏜 범인이 최근 몇 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가 외상충격을 받은 병사들을 치료하던 정신과 군의관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고가 난 의료빌딩은 아프간 또는 이라크에 파견될 군인들이 최종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서류 작업을 마무리하는 곳이다.
케이 베일리 허치슨 상원의원(텍사스)은 MSNBC TV에 하산 소령이 이라크에 배치될 예정이었으며 이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산 소령과 함께 일했던 테리 리 대령은 폭스뉴스에서 하산이 이라크 및 아프간에서의 미국 역할에 반대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에서 군이 철수하도록 명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CNN은 전통적인 아랍 의상 차림의 하산이 총기 난사 사건 당일인 아침에 기지 내 편의점에 들러 커피 등을 사는 보안용 비디오 영상을 보도했다. 하산 소령은 무슬림이다. 아랍계인 편의점 주인은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 하산 소령이 일주일 전쯤 이라크에 파견돼 무슬림 형제들과 싸워야 한다는 데 대해 불안감을 토로했다고 CNN은 전했다.
AFP통신은 하산 소령이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동료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끔찍한 폭력의 분출”이라며 “이 끔찍한 사고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와 FBI, 국토안보부는 즉각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미 연방의회 의원들은 이날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하며 조의를 표했다.
포트후드는 세계 최대의 미군 시설로 알려졌으며, 미군 및 가족 5만2000명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이다. 수천명이 이라크 및 아프간에 파병됐는데 500여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전쟁 희생자가 많이 나왔다. 포트후드기지에서는 전쟁외상 증후군을 앓는 병사들이 적잖아 올해에만 10명이 자살했다.
버지니아텍 출신인 하산은 월터리드육군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6년간 근무하다가 지난 7월 텍사스 기지로 전출됐다. 그는 무슬림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루 한 번 이상 기도할 정도로 열성적인 신도로 알려졌다.
한용걸 기자 icykar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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