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달러화부터 안정시켜라” 맞불 공세

일본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위안화의 절상을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중국 방문을 앞두고 위안화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절상 압력을 일축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가중되는 절상 압력=위안화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저평가된 위안화가 글로벌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자와 만나 민감한 환율 문제를 제기할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미 재무부는 위안화의 유연성 부족과 과다한 외환 보유가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갈수록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차관도 지난주 위안화가 더 강해져야 한다며 위안화의 절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2005년부터 3년간 위안화를 21% 절상한 후 지난해 7월부터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83위안 안팎에 사실상 고정시켜 운영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 달러 약세 여파로 위안화는 유로화와 일본 엔화에 대해 각각 11%, 10%가량 절하됐다.
◆꿈쩍 않는 중국=오바마 대통령의 환율 발언이 나오자 중국은 미국에 달러화의 안정을 촉구하며 맞불을 놓았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달러화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경제에 매우 도움이 된다”며 “미국이 중장기적이고 통제가능한 재정정책을 펴는 것은 달러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중국 관련학자의 말을 인용해 수출회복 때까지 중국의 외환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 국가정보센터(SIC)의 주바오량(祝寶良)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중단한 위안화 절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중국사회과학원(CASS)의 장밍(張明) 연구원도 “환율과 관련해 중국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절상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세계경제 회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징대학 교수 출신인 린이푸(林毅夫) 세계은행 부총재는 9일 홍콩대에서 가진 강연을 통해 ‘사견’임을 전제로 “위안화 절상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의 가격을 높이기 때문에 미국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주춘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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