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과 신도들은 평소 시간이 날 때마다 송광사를 들러 많은 가르침을 주신 스님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깊이 애도하고 있다.
특히 추모제라도 거행하고 싶지만 법정 스님이 평소에 입적하더라도 추모행사를 하지 말라고 당부, 이마저도 하지 못하게 되자 안타까움이 더한 느낌이다.
그러나 송광사 경내는 침통함 속에서도 분주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데 다름 아닌 13일 거행될 스님의 다비식 준비 때문이다.
큰 슬픔 속에서도 다비식 장소에 대한 청소작업, 의식에 사용될 각종 기구 등을 손질하는 등 다비식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표정이다.
송광사 측은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13일 열릴 다비식에서 영결식을 하지 않고 최대한 간결하게 다비 의식만 치를 예정이다.
송광사 총무국장 진경 스님은 "스님이 한평생 보여주신 수행과 올곧은 모습이 우리에게 큰 사표가 될 것"이라며 "스님의 유언에 따라 최소한의 의식만 치를 예정이지만 많은 분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교통대책 등 유관기관에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무소유'의 산실이 됐던 불일암(佛日庵)은 자연 속에서 청빈의 삶을 살았던 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법정 스님은 1975년 10월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해 그 이듬해 산문집 `무소유'를 펴낸 뒤 17년째인 1992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다.
불일암은 그의 무소유 사상이 확립된 곳이고 그가 가장 아꼈던 풍경과 공간이어서 그 빈자리가 더 커 보였다.
나무를 잘라 얼기설기 만든 의자는 세월의 더께를 입고 홀로 불일암을 지키고 있었고, 제자와 함께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던 통나무 벤치에도 푸른 이끼가 앉아 내렸다.
불일암에서 만난 대경 스님은 "개인에게는 날카롭지만 자연에는 항상 넉넉한 스님이셨다"며 "신도들이 주신 물건이 있으면 큰 절(송광사)에 내려가 노스님에게 공양하고 인사를 하고 오셨다"고 회고했다.
원순 스님은 "평소 깐깐하기로 소문나신 분이신데 한번은 묵언 수행 중에 매우 유명한 분이 찾아왔는데 나무라며 쫓아낸 적이 있다"며 "늘 남을 배려하고 누를 끼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사는 삶은 큰 가르침이 됐다"고 말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