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숨결이 담긴 서적들 연합뉴스 |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11일 오후 법정 스님 입적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심경을 전하면서 "이 대통령은 그동안 법정 스님 저서를 항상 가까이에 두시고, 또 항상 추천도서 1호로 꼽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스님의 저서 중 ‘무소유’ 같은 경우는 여러 번 읽으셨고, ‘조화로운 삶’에 대해서도 2007년 말 추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어 “ '조화로운 삶'에 대해서는 2007년 말에 추천하신 사유를 찾아보니, '산중에 생활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성과 깊은 사색을 편안한 언어로 쓰셔서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을 가실 때나 휴가를 떠나실 때 항상 법정 스님 수필집을 지니고 가셨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법정 스님이 ‘조화로운 삶’이란 책을 쓴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07년 말 인터넷서점 예스24에 추천 도서목록을 제공한 바 있다. 예스24는 이 대통령 외에도 정동영 이회창 권영길 문국현 후보에게도 추천도서와 추천 사유를 받아 공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롭게’를 비롯해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론다 번의 ‘시크릿’, 김구의 ‘쉽게 읽는 백범일지’를 추천했다. 이들 도서 중 ‘맑고 향기롭게’를 펴낸 곳이 바로 ‘조화로운 삶’이라는 이름의 출판사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은 책이 아니라 ‘출판사’를 읽은 셈이 됐다.
참모진의 실수로 엉터리 책을 읽은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는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고 하는 것인가” “일일이 책명까지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냐” 등의 댓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bodo@segye.com, 팀블로그 http://ne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