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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정 스님 떠나던 날 차창룡 시인 스님됐다

입력 : 2010-03-14 17:38:48 수정 : 2010-03-14 17: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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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인생모’ 홈피에 승가 입문 전격 발표…성철 스님 머물던 해인사로 출가
◇등단 이래 줄곧 절에 대한 사유와 인간 정신의 근원성에 대한 고찰을 하는 등 늘 불교에 가까이 있던 차창룡 시인이 마침내 불가에 입문한다.
 법정 스님이 육신의 옷을 훌훌 벗어 던지던 날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차창룡(44) 시인이 훌쩍 승가 입문을 선언해 문단에 충격을 주고 있다.

 차 시인은 법정 스님 다비식이 진행된 13일 4년 전 자신이 발족한 ‘인도를생각하는예술인모임’(약칭 ‘인생모’, artindia.or.kr) 홈페이지에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리라’는 글을 통해 “승가에 입문하기 직전에 이 글을 마친다”며 입산의 변을 토로했다.

 “근기가 강하다면 굳이 승가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련만 너무 부족한 것이 많기에 속세의 인연을 접고 떠나기로 했다. 부처님의 승가에 귀의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가 불교성지순례에 있었다. 실로 부처님의 성지는 내게 바람으로 법을 속삭여주었고, 그 바람은 풀잎으로 말해주었고, 풀잎은 벌레의 움직임으로 자신의 뜻을 전해주었고, 벌레는 번데기가 되어 선정에 들어갔다가 놀라운 우화등선을 통해 나비가 되어 새로운 인연을 맺을 것을 재촉했다.”

 ‘인생모’에 연재하던 ‘불교신화기행’ 마지막 회이기도 한 이 글에서 차 시인은 “문학의 울타리는 내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었고, 따뜻한 이불이 되어주었다”며 “그 달콤한 시간 속에서 나이를 먹은 후 나는 인도에서 만난 부처님을 생각했다. 부처님은 내게 이제는 달콤함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너무 늦었다 싶은 시점이야말로 바로 시작할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말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감사하다. 더 이상 새로운 길을 꿈꾸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첫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문학과지성사)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을 만큼 빼어난 시력을 갖춘 차 시인은 2005년 발표한 세 번째 시집 ‘나무 물고기’에 실린 연작 시 ‘목탁’을 통해 절에 대한 사유와 인간 정신의 근원성에 대한 고찰을 시도해 한 기자가 불교에 귀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나 스스로도 그건 모르는 일”이라면 히죽 웃어넘겼었다. 5년 만에 그의 알듯 모를 듯하던 웃음이 결국은 불가 입문으로 드러난 셈이다.

 차 시인의 한 지인은 “얼마 전부터 입산 이야기를 꺼내 설마 했는데 진짜 입산해 놀랍다”며 “아까운 인재였는데…, 입산 후에도 시작 활동을 계속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1989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차 시인은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됐고,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그동안 서울여대와 중앙대 등에서 문학 강의를 해왔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등 네 권의 시집과 수필 ‘인도 신화기행’을 펴냈다.

 차 시인은 “실로 꿈 같은 길을 걸어서 나는 여기까지 왔다. 시인으로서 꽤 긴 세월을 살았다. 긴 세월 책과 씨름하면서 많은 것을 깨우치고, 문학을 가르치는 것에도 큰 재미를 느꼈다”며 “부처님이 그러하셨듯이 나는 앞으로 끊임없이 길을 갈 것이고, 길에서 꿈을 펼칠 것이며,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리라”고 속세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차 시인은 성철 스님이 주석하던 경남 해인사로 입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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