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태조 신라인… 청 시조 백두산과 연관
中 ‘동북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
“고구려 유장 대조영이 건국한 해동성국 발해가 고구려의 후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만주족이 세운 금과 청국이 발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결국 만주족과 우리 한민족은 같은 뿌리라는 사실이 18세기 후반 청의 6대 고종(건륭제)이 펴낸 사서에 명확히 기록돼있습니다. 고려와 조선이 금과 청으로부터 침략당한 사실은 치욕으로만 파악할게 아니라 같은 민족 정치지배 집단 간의 다툼으로 재조명돼야 마땅합니다. 마치 고대 삼국의 정립과 지금의 남·북이 대립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지요.”
흠정만주원류고/남주성 역저/이병주 감수/글모아출판/3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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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성 역저/이병주 감수/글모아출판/3만9000원 |
고대사를 연구하는 현직 공무원인 남주성씨(감사원 특별조사과장)가 이런 내용을 담은 ‘흠정만주원류고(欽定滿洲源流考)를 해석, 원문과 주석을 담은 역저서를 펴냈다. ‘흠정’은 황제가 직접 편찬했다는 의미다. 이 사서는 건륭제가 자신의 조상인 만주족의 뿌리를 정립하고 한족을 제압하기 위해 한림원 학자 30여명을 동원해, 사기, 후한서, 삼국지, 구당서, 신당서 등 중국의 정사와 사신들의 기록, 지리지 등을 발췌해 2년 여의 검증 작업을 거쳐 편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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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는 역저자가 사서를 참조해 재구성한 것으로, 고구려 흥성기와 고구려 멸망 이후의 국가간 경계가 분명히 구분돼 있다. 글모아출판사 제공 |
이 역저서를 감수한 중국사학회 명예회장 이병주 박사( 75· 영남대 교수)는 “만주 정권이 만든 이 사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등 우리 고대사를 연구하는데 매우 유용한 사서이지만, 그간 우리 선배 사학자들은 일본 식민사학자들로부터 교육받은 영향으로 만주족의 자주 의식을 고취하고 있는 이 사서를 소홀히 다뤄왔다”고 밝혔다. 그 연유에 대해 이 교수는 “역사적 사실들을 왜곡해 기록한 중국 사서들이 오랜 기간 우리 학계에서 고대사 연구의 기본 사료가 되어왔다. 현 만주지역은 17세기 초까지 한족 지배 영토밖의 지역으로, 한족이 고구려, 발해 금, 청 등과의 대결에서 실패를 거듭했던 땅이다. 중국이 자국과 관련된 부분은 유·불리 잣대로 재단하고 왜곡시켰는데, 우리 사학계는 이를 토대로 하고 있다. 예컨대 후한서에는 부여와 고구려를 저급한 막말로 표기해놓았으며, 구당서와 신당서에서는 당태종 이세민이 안시성주 양만춘이 쏜 화살촉의 독으로 사망한게 아니라 감기로 목숨을 잃었다고 왜곡해놓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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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중원을 재패한 청의 영토를 나타낸 ‘대청광여도(大淸廣與圖)’. 청의 강희(康熙)제 때 학자 채방병(蔡方炳)이 그린 원도에 1785년 일본의 나가쿠보 세키스이(長久保赤水·1717∼1801)가 교정한 중국 전도이다. 흠정만주원류고는 청 건륭제의 명으로 1777년 한림원에서 만주를 중심으로 명멸한 여러 부족의 역사, 강역, 산천, 풍속 등을 집대성했으며, 이 지도는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증빙하고 있다. 오른쪽 상단이 요동반도이고 그 아래쪽이 산동지역이다. 글모아출판 제공 |
남씨는 “지금도 중국 사학자들은 청에 대한 반발심이 매우 강하며 금, 청과 우리 한민족간의 역사적인 연원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만일 만주족과 한민족이 같은 종족으로 확인된다면, 지금의 동북쪽 지방에 민족의식이 싹트면서 중국이 분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중국 정부가 동북공정이라는 역사 왜곡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중국의 행태는 과거 일본 침략자들이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가 한 국가로 뭉쳐야한다는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이란 침략 논리와 같다고 남씨는 지적한다. 그는 만주를 지배했던 일본도 이런 이유로 이 사서를 애써 외면했던 것이라며, 차제에 만주족 연구와 관련해 사학계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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