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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28호' 정명훈의 대사없이 웃기는 비결

입력 : 2010-06-13 10:35:37 수정 : 2010-06-13 10: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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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으로 인기
개그맨들은 저마다 웃기는 방식이 다르다.

'수다맨' 강성범이 쉴새 없이 쏟아내는 말솜씨를 보여줬다면 '개그콘서트'의 박휘순은 비굴하게 당하는 캐릭터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성대모사로 재미를 주기도 하고 간혹은 생김새 자체만으로 과감하게 개그를 풀어내는 개그맨도 있다.

다양한 방식과 캐릭터로 웃음을 주는 개그맨들 사이에서 '개그콘서트'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꼴통28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정명훈(31)이 주고 있는 웃음의 코드는 지금껏 단 한차례도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이다. 바로 '대사 없음'이 주는 굴욕의 유머다.

'주먹이 운다'에서 마이크 없이 등장해 "명훈이 들어가"를 듣는 수모를 겪었고 '풀 옵션'에서는 타이즈를 입고 나와 무생물 연기를 펼쳤던 그는 이 코너에서는 '예'밖에 모르는 아날로그형 로봇으로 출연한다.

할줄 아는 말이 '예'밖에 없으니 줄 수 있는 웃음에 한계가 있지 않느냐고? 모르는 말씀이다. 같은 '예'라는 말에도 다양한 뉘앙스가 있고, 각 뉘앙스에는 각각 다른 표정이 섞여 있으니 한 글자로 줄 수 있는 웃음의 폭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 KBS '개그콘서트' 녹화장에서 만난 그는 "대사는 '예' 하나지만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하느라 눈에 힘을 주고 다닌다"는 너스레로 말문을 열었다.

◇"말없이도 웃길줄 알아" = '대사없는 개그'에 대해 정명훈은 "시청자들이 내가 재미가 없어서 대사를 안한다는 편견을 버려줬으면 좋겠다"며 환히 웃었다.

"내가 말을 하면 재미없는줄 아는데 사실은 말을 안해도 웃길 줄 아는 것이에요. 대학교 축제철이라서 요새 행사 진행을 많이 맡는데 그때마다 '빵빵' 터집니다."

그가 현재 '개그콘서트'에서 출연하는 코너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와 '봉숭아 학당'이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는 로봇 박사 슈바이변(변기수)이 발명한 로봇 '2대' 중 하나다. 최신형이지만 뭔가 좀 부족한 '알통28호'(이승윤)와 옛 로봇이라 '예'밖에 못하는 '꼴통28호'가 등장해 손님(류근지)에게 엉성한 서비스를 펼친다는 게 코너의 틀이다.

유행어로 뜨고 있는 슈바이변의 "어~ 그러는거 아니야"라는 말도 재미있지만 그가 맡은 '꼴통28호'는 다양한 '예'와 표정 연기로 코너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녹화 중간중간 관객들 앞에 바람잡이로 나간 변기수가 FD를 보고 '어~ 그러는거 아니야'라며 웃음을 주던 게 코너로 만들어졌다.

'봉숭아학당'에서는 비슷하게 대사가 적은 캐릭터인 조수(노우진)의 자리를 대신 맡아주며 등장했다. 조수를 혼내면서 실은 비슷하게 바보같은 행동을 한다는 콘셉트의 짧은 상황극이지만 봉숭아 학당에는 없으면 허전할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는 제가 말없는 캐릭터니 언어기능을 단순하게 해서 웃음을 풀어가보자는 의도로 합류한 거에요. '봉숭아학당'에는 사실 제가 개인기가 워낙 없어서 출연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차에 노우진과 비슷한 캐릭터니 같이 상황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등장했던 게 지금은 고정이 된 것이고요."

◇정명훈→명훈이→키작은 명훈이 = 2001년 KBS 공채 개그맨 시험해 합격하며 개그맨 생활을 시작한 그는 '점점 브라더스'나 '짠짠극장'을 통해 얼굴을 알렸지만 '주먹이 운다'에 말없는 복서 '명훈이'로 출연하며 이름까지 제대로 알렸다.

고수인양 수건을 둘러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에게 권투 코치(김병만)가 "명훈이 들어가" "명훈이 앉아" 같은 명령조의 이야기를 하면 두말없이 그대로 행동했던 게 이 코너의 웃음 포인트다.

대사 한마디 없었지만 코너가 인기를 얻자 그는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에게까지 "명훈이"라고 불리게 됐다.

"저만 지나가면 '와~명훈이다'며 사람들이 알아봐 주셨죠. 애완동물이나 어린애 취급을 받기는 했지만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러다가 이수근과 '키컸으면'에 출연하면서 이미지를 바꿔보려고 용을 썼는데 그 뒤로는 '키작은 명훈이'로 불리게 됐죠."(웃음)

대사가 없는 캐릭터로 처음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렸지만 이 캐릭터가 "줄곧 밀고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다보니 대사없는 콘셉트의 캐릭터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목적이라 대사에 연연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2001년 KBS 공채개그맨이 된 그는 어느새 개그맨 생활 10년차의 고참이 됐다. 김대희나 박성호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출연진 중 가장 고참급에 속하는 그는 데뷔 이후 꾸준히 '개그콘서트'를 지켜왔다.

'대사가 적은 편이라 다른 개그맨처럼 MC나 버라이어티쇼 출연자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반짝 뜨는 스타가 되기보다는 오래오래 무대에 서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회사원이라고 생각하고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고 있어요. 월급을 많이 주지는 않지만 내게 '개그콘서트'는 매주 반복되는 직장인 셈이죠. 살다가 로또에 당첨되면 다른 인생을 살게될지 모르겠지만 동료들과 인간관계 잘하면서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요. 직장생활이라고 하고 보니 개그맨으로 개그콘서트에서 정년퇴직까지 하고 싶어지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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