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타운에 있는 '세븐스타' 라는 곳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분위기 있는 조명 아래 어떤 사람이 벌써 '그대는 나의 인생' 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곳은 한국사람들만 모이는 곳, 한국 노래가 있는 곳, 1주일 열심히 일하고 한 잔 술에 피로를 풀어 보려고 오는 사람, 외로워서 오는 사람, 한국 뽕작노래를 들으며 고향의 향수를 느껴보고 싶어 오는 사람, 친구들과 2차로 오는 사람, 이렇게 서로 다른 이유로 교포들은 주말이면 이곳에 모여 술잔을 부딪친다.
나는 오랫만에 친구와 저녁을 먹고 2차를 가자는 말에 한 1년만에 가본 것 같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좀 있다 한팀이 왁자지껄한 소리로 들어 온다. 식당에서 모임을 하고 온 사람들 같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말 어쩌다 들리 지만 친구도 별로 없고 딱히 갈데도 없는 사람들은 주말마다 이곳에 와서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르며 외로움을 달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 나가 보면 노래방 하나도 휘황찬란하게 해놓고 카페든, 술집이든, 너무 멋있는데 여기 워싱턴은 한국의 그 화려하고 멋진 술집에 비하면 그저 초라한 선술집 같은 수준이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한국 노래를 들으려면 그곳을 가야 한다. 그런데 좀 전에 들어온 왁자지껄한 팀들이 연거푸 마이크를 잡고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니까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웨이터한데 불평을 한다. 자기도 노래할수 있는기회를 달라고…. 누가 그랬다. 한국 사람들은 말 못하는 사람은 있어도 노래 못하는 사람은 없다고….
그 만큼 흥이 많은 민족이라는 말인데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조용히 있다가 한번 마이크를 잡았다 하면 끝장을 보려고 한다. 나와 내 친구도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이왕에 왔으니 노래 한 자리는 부르고 가야 되지 않겠냐고 하면서 내친구는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나는 이은아 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뽑았다.

우리는 벌써 한국 떠난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노래는 잘 모른다. 그런데 여자 둘이 와서 노래까지 불러서 인지 박수, 휘파람, 우우우우 등의 함성으로 시끌벅적 했다.
우리는 한 2시간 쯤 있다 나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있었다. 비록 초라한 술집이지만 주말이면 교포들이 잠시나마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술 한잔에, 노래 한자락에 풀어 낼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임국희 Kookhi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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