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성지·천주교회서 순교행렬 재현 행사
도보 성지 순례 순교극 공연 찬양 대회도 마련 “어느 날 잠결에 ‘십자가를 따르라’는 소리와 함께 예수의 십자가가 얼핏 보였습니다. 이 발현은 약간 흐리기는 했지만 결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박취득 라우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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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순교성지 ‘성모동굴’의 성모 마리아상. |
이 그림을 지나쳐 몇 걸음 더 걷다 보면 죽은 이를 세상에서 떠나보내는 마지막 예식 절차를 기록해 놓은 천주성교예규(天主聖敎禮規)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설명하는 문장 중에 “교우의 시체를 땅에 심는 씨앗같이 보기”라는 부분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인다.
천주교에서 9월은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1821∼1846) 등 순교자 103위 성인을 비롯해 이름 없이 죽어간 1만여명의 순교자들을 기리는 ‘순교자 성월’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1925년 로마에서 거행된 ‘조선순교자 79위 시복식’을 계기로 79위 복자(福者)들이 가장 많이 순교한 9월26일을 기념하기 시작했는데,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해 ‘103위 순교 성인 시성’을 가진 이후에는 매년 9월을 ‘순교자 성월’로 기념하고 있다.
신자들이나 예비신자들에게 따라서 9월은 기도와 선행, 성지 순례를 통해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삶을 가슴 깊이 느껴보는 시간이다. 이달 내내 전국 천주교회와 성지 등에서는 성지순례·기념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대전교구의 해미성지(서산시 해미면)에서는 해미읍성축제 기간인 12일 오후 7∼8시 천주교 순교 행렬을 재연하는 행사를 연다. 해미지역에서는 1801년 신유박해에서 1866년 병인박해 때까지 수많은 신자들이 교수, 참수 등으로 순교하거나 생매장됐다.
700여명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충남 홍성군 홍주성지에서도 12일 홍주 순교성지순례와 순교극 ‘내포의 피바람’ 공연이 있다.
수원교구의 단내∼은이∼미리내 성지를 잇는 순례길은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코스다.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단내 성가정 성지에는 와룡산을 따라 이어지는 총 5.2㎞의 순례길이 마련되며, 김대건 신부가 세례를 받고 15세에 마카오로 유학을 떠났던 곳이자 1845년 사제품을 받고 귀국해 첫 사목을 시작했던 용인시 양지면 남곡리 은이성지에서는 25일 오전 도보 성지순례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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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자들이 절두산순교성지를 이동하며 기도를 하고 있다. |
인천교구 갑곶성지(강화읍)에서는 14일 오전 순교자 현양대회가 열린다. 김대건 신부와 외국인 성직자들의 입국로였던 갑곶에서도 1866년 병인양요, 1871년 신미양요 때 많은 신자가 순교했다.
전주교구에 속한 전주시 치명자산에서는 25일 오전 요한루갈다제가 거행되며, 150년 전통의 신자촌인 천호성지(전북 완주군)에서는 3시간 또는 6시간 거리의 순례길 걷기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12일 오전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는 천호성지∼나바위성지까지 도보 성지순례를 한다.
이밖에 16일 원주교구 배론성지와 18일 오전 고우 황새바위 성지에서 순교자 현양대회가 열린다. 또 30일 오전 대구대교구는 신나무골 성지에서 이선이 엘리사벳 순교 1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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