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낯선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고향생각을 잊은 오디세우스

관련이슈 신화 속 사랑

입력 : 2010-09-27 09:34:14 수정 : 2010-09-27 09:34:14

인쇄 메일 url 공유 - +

트리나키아 섬에 일단 정박한 오디세우스 일행은 '그 섬에 있는 식량이나 가축에는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오디세우스의 주의를 따르기로 약속한다. 굳게 약속한 그들은 그 섬에서 하룻밤만 묵어가기로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섬에 더 오랫동안 머물러야 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야할 방향과는 역방향으로 바람이 계속 불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상보다 오래 그 섬에 머물다보니 고향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 식량은 이제 동이 나서 먹을 것이 없었다.

바람은 여전히 역풍이었다. 이미 이들이 섬에 정박한지 한 달이나 되었다. 그들은 쫄쫄 굶어야만 했다. 그들은 더 이상 배고픔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의 부하들은 더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새나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새나 물고기를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어쩌다 새나 물고기를 잡아 간신히 목숨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디세우스는 이 역풍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신들에게 제를 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부하들을 배에 남아있도록 신신부탁을 하고 혼자 섬으로 들어갔다. 그는 제를 올리기 위한 신성한 장소를 찾아 돌아다녔다.

오디세우스가 섬으로 올라가자 부하들은 긴장이 풀리면서 더 배고픔을 느꼈다. 배고픔을 참다못한 오디세우스의 부하들 중 한 사람이 '오디세우스가 없는 틈에 가축을 잡아다 몸을 추스르자'고 말하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그의 의견에 찬성했다. 즉시 그들은 섬으로 올라가 가축을 몇 마리를 잡아서 요리를 하여 배를 채웠다. 그런데 그들이 잡은 가축들은 성스러운 황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랜만에 마음껏 먹고 배가 부르자 그들은 혹시나 벌을 받을까봐 신들을 달래기 위해 남은 고기 중 일부를 신들에게 바치며 제를 올렸다. 그들은 그렇게 하면 신들이 자신들의 범행을 눈감아 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들이 포만감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신성한 장소를 찾아 제단을 쌓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제를 올리고 오디세우스가 돌아온다. 오디세우스는 돌아오자마자 부하들의 표정에서 포만감을 읽어냈다.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그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를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그들의 소행을 듣고는 그들에게 호통을 치긴 했지만 얼마 남지 않은 그들을 벌할 수도 없었다. 그는 다만 그들이 저지른 행위 때문에 혹시라도 신들에게 벌을 받지 않을까 두려웠다.

오디세우스의 염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이 굽다 감추어 놓았던 고기에서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잡은 가축의 껍질은 땅 위로 기어 다니는가 하면 불에 고기를 구울 때 사용했던 불 꼬챙이에서는 짐승들이 우는 소리가 들여왔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모두 놀라워하며 공포에 떨고 있었다.

다행히도 오디세우스의 기원을 신들이 들어주었는지 역풍이 멈추고 순풍이 불기 시작하자 그들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서둘러 그 섬을 떠났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기후가 변하기 시작한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우렛소리가 진동하며 번갯불이 번쩍인다. 낙뢰는 돛대를 부수었다. 돛대가 넘어지는 바람에 키잡이는 돛대에 깔려 죽고 말았다. 결국 거센 폭풍우에 배는 들려졌다 떨어지기를 몇 차례 반복하는 바람에 마침내 배까지도 부서졌다. 그 바람에 배에 탄 사람들은 각자 바다에 떨어져서 여기 저기 떠돌았다. 오디세우스는 가까스로 벼랑에서 자라는 나무를 붙들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러다가 나란히 떠내려가는 용골과 돛대를 붙잡았다. 그는 악착같이 그것을 붙잡고 간신히 몸을 의지할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얼마나 사투를 벌였을까? 그가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바람이 잦아들고 있었다.

그 섬에 성스러운 가축을 먹지 않은 사람은 오디세우스 한 사람뿐이라서 그만 살아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배가 침몰한 곳은 다름 아닌 카리브디스가 지키는 바다였다. 그들은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있는 쪽으로 항해를 하여 무사히 통과했다가 신성한 가축을 먹은 벌로 카리브디스로 역류하여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벌을 받고 만 것이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주위에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망망대해에 혼자뿐이었다. 그는 공포에 떨면서도 부하들의 행방을 찾아보았다. 그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푸른 물결만 넘실거릴 뿐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는 배고픔과 외로움으로 며칠을 표류했다. 망망대해에서 맞이하는 밤이면 그에겐 죽음이외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밤새 두려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다 그는 새벽녘이면 잠이 들었고 그가 깨어났을 때에는 해는 중천에 떠있기를 여러 차례, 그는 꽤 여러 날이 흘렀음을 느꼈다. 그는 마스트의 기둥을 붙들고 손으로 물을 저으면서 9일 동안이나 표류한 것이었다.

그 결과 오디세우스가 도착한 곳은 아름다운 오케아니스의 하나인 칼립소가 사는 오기기아 섬이었다. 칼립소는 바다의 님프였다. 이 님프라는 이름은 신분이 낮기는 하지만 신들의 속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여신들에 준하는 신들이다. 그는 칼립소의 섬에 간신히 기어올랐지만 이내 지쳐서 쓰러졌다. 그가 잠에서 깨었을 때는 이미 그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는 꼬박 18시간이나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잠에서 깨었을 때엔 그를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칼립소이다.

칼립소는 낯선 남자가 바닷가에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자기 방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녀는 이국적이면서도 멋진 용모를 가진 오디세우스에게 반해 있었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오디세우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칼립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그러자 칼립소는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오디세우스는 오랜 외로움 끝이라 칼립소의 손길이 너무도 다정하고 짜릿하게 느껴졌다. 그는 코끝이 시큰해지는 느낌이었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칼립소는 그를 조용히 가슴에 안았다. 오디세우스는 그녀가 고맙고 어머니의 품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의 지친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러웠고 보호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디세우스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깊어지고 있었다. 오디세우스 또한 외로움에 지쳐서인지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즐거웠다. 오랜만에 안겨보는 여자의 품, 그 환희로움, 오디세우스는 칼립소와 보내는 일이 너무도 행복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도 사라졌고, 그토록 고생하며 지나온 항해를 생각하니 고향으로 돌아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칼립소는 그와 결혼하고, 불사신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그녀와 7년 동안을 같이 살고 나자 칼립소에게 쏟고 있던 열정도 식어갔고, 신비감도 사라져가면서 제일 먼저 고향과 아내 생각, 아들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칼립소가 옆에 있을 때면 고향을 생각하면서 울었다.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울었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그가 그렇게 울어본 적은 없었다. 전쟁터에서 그토록 냉정하고 용감했던 그가 나약한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며 우는 날이 많아지자 신들은 그를 측은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의 눈물에 마음이 움직인 신들은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해주기로 하고 헤르메스를 전령으로 보냈다. 신들은 헤르메스를 파견하여 칼립소에게 오디세우스와 헤어지도록 명하고, 그에게 뗏목 만드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신들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진정으로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서운한 마음을 억누르고 신들의 명령에 따르기 위해 오디세우스에게 뗏목 만드는 법을 가르치려고 오디세우스를 찾아 나선다. 그녀가 오디세우스를 찾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그를 찾아냈을 때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시름에 잠겨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칼립소는 그에게 신들의 명령을 전했지만 그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어찌 그대에게 거짓말을 하겠소. 절대로 나는 그대를 해치지 않을 것이오. 나도 당신을 보내고 싶지 않소. 하지만 신의 명령이라 당신을 보내주려는 것이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나에게 뗏목 만드는 법을 배워요.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나를 잊지는 말아줘요."

그녀가 진심을 말하자 오디세우스는 뗏목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 계속….

필자의 신간 <하루 30분, 행복 찾기> 바로가기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3300147&orderClick=LEA

% 필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http://blog.daum.net/artofloving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츄 '상큼 하트'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