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들어 정치권 논의 활기 우리나라의 한자교육은 사회적 공론보다 그동안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자보다 한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공교육에서 한자교육을 없앴다. 1970년 3월1일 대통령 특별지시에 의한 초중고 한글전용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력저하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이 정책은 5년 만에 대폭 수정됐다. 초등학교에서는 한글 전용 교과서를 그대로 쓰되 중·고교 교과서에는 한자를 괄호 안에 병기하도록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평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년 2월에는 국무회의에서 공용문서와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하도록 의결했다.
사회적으로 한자·한문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2001년 정부 차원에서 한자 급수시험을 자격증으로 공인했다. 2002년에는 역대 교육부장관 13명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촉구하면서 정부에 건의서를 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5월25일에는 ‘국어기본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됐다. 2005년 7월 시행된 이 법 제14조는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둘러싼 정치권 논의는 활발하다. 2009년 역대 국무총리 21명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의서에 서명해 정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과 민주당 김성곤 의원,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이 ‘한자교육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의원회관에서 열기도 했다. 지난 2월에도 민주당 이강래 의원과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이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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