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치도전 ‘백업 모드’

서울시장 보선출마 접고 박원순 밀기로
安·朴 역할 분담… 대권도전땐 파란 예고
朴·한명숙·문재인 회동… 與 “단일화 쇼”

  ‘안철수 불출마, 박원순 지지’의 ‘안·박 연대’가 성사되면서 10·26 서울시장 보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야권은 즉각 여당과의 일대일 대결 구도를 위한 후보 단일화 논의에 들어갔다. 특히 ‘박원순 시장 도전, 안철수 대권 도전’이라는 역할분담론이 제기되면서 내년 대선 지형도 영향을 받는 흐름이다.

이번 보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6일 불출마를 선언하고 야권 ‘통합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지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의 단일화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에 따라 시장 보선 구도와 판세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일 출마 시사를 시작으로 엄청난 지지가 이어진 5일간의 ‘안철수 신드롬’은 보선과 별개로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그 저변에 정치 공방, 구태를 되풀이하는 여야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혐오와 함께 ‘새로운 인물·세력’ 출현에 대한 갈망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향후 행보에 따라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포옹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이 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달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환하게 웃으며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포옹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안 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상임이사는 그동안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으로,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시장 보선에는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출마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부인한 뒤 “이번 (시장 출마 여부) 고민도 정말 우연히 촉발된 건이라 (대선 출마 여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도 안다. 너무 감사하고 부끄럽다”면서 “제게 보여주신 기대는 온전히 저를 향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리더십 변화에 대한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직전 안 원장을 만나 후보 단일화를 협의했던 박 상임이사는 “서로 진심이 통했고 정치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 모두 시장직을 원했던 게 아니라 진정으로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합의 도출이 가능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야권은 즉각 통합후보 선출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시장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한명숙 전 총리는 박 상임이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3자 회동’을 갖고 “이번 시장 선거는 범야권과 시민이 하나가 돼 반드시 승리하는 선거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범시민 야권 단일후보를 통해 한나라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상임이사와 한 전 총리는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이후 선거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지난 며칠간 국민을 혼란시켰던 ‘강남 좌파 안철수 파동’은 결국 좌파 단일화 정치 쇼로 막을 내렸다”며 “밀실에서 야합하는 좌파 단일화 쇼는 이제 구태정치의 뻔한 선거전략이 돼버렸다”고 비난했다.

김형구·김예진·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