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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연 "음악은 원래 형들한테 배우는 것"

입력 : 2011-10-02 14:25:59 수정 : 2011-10-02 14: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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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톱 밴드' 코치.."밴드 문화 복원 목표"
"후배들 너무 잘해 쫓기는 기분..밴드 음악이 한류 이어갈 것"
드러머, 공연 기획자, 교수, 영화감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뮤지션 남궁연(44)을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그간 본업이 뮤지션이었다는 것을 잊게 할 만큼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가 오랜만에 '친정'에 돌아왔다. KBS 2TV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 밴드'의 음악 코치를 맡아 매주 토요일 음악팬들과 교감하고 있는 것.

개성 강한 지도법과 함께 '슈퍼스타K3가 악마의 편집이라면 톱 밴드는 천사의 편집' '동종업자들끼리 미주알고주알 지적하는데 참다 안되면 (심사위원들과) 생방송에서 기타 대결을 하겠다' 등 거침없는 입담으로 주목받는 그를 최근 서울 을지로에서 만났다.

그는 "음악은 원래 형한테 배워야 한다. 도제식으로 기술을 익히면서 인생도 같이 배워야 좋은 뮤지션이 될 수 있다"면서 "'톱 밴드'를 통해 1990년대 이후 사라진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복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궁연과의 일문일답.

-- 2주 후면 결승이다. 남궁연 코치가 생각하는 우승 후보는.

▲지명도나 앞으로의 가능성 등을 따져볼 때 팀명에 알파벳 'o'나 't'가 들어간 팀이 우승할 것 같다. (대부분의 밴드가 조건을 충족한다고 되묻자) 그런가? 하하. 사실 누구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코치나 심사위원 모두 밴드 문화를 이어갈 '적자'를 찾고 있다는 거다. 실력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그래서 예전에 우리가 누린 밴드 문화의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는 팀이 우승할 거라 생각한다.

-- 우승보다는 '그 이후'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톱 밴드'가 기존 음악 오디션과 다른 점은 오디션 자체보다는 '그 후'를 더 중시한다는 점이다. 다른 프로그램은 오디션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지만, 우린 한국 밴드 음악의 역사를 짊어질 '후계자'를 찾는 데 더 관심이 있다. 결승전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밴드 음악의)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시청률에 둔감할 수 있는 이유도 거기 있는 게 아닐까.

-- 코치를 맡은 네 팀의 밴드 중 유일하게 4강에 오른 '포(POE)'가 베이시스트의 탈퇴로 위기를 맞았는데.

▲큰일났다. 하필이면 4강전 상대도 우승 후보인 게이트 플라워스다. 하지만 4강부터는 자작곡 경연이니 편곡으로 승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팀 이름도 아예 '폭식('포'와 2인조 록밴드 '톡식'의 합성어)'으로 바꿀까 생각중이다.(웃음)

멤버 탈퇴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많은 분이 어떻게 (경연) 중간에 팀을 나갈 수 있냐고 하지만, 사실은 그게 밴드다. 밴드는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공동운명체가 아니다. 언제든, 누구든 떠날 수 있다. 이번에 '포'를 떠난 김윤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떠날 때가 됐다고 판단해 떠난 거다.

-- '코치 남궁연'은 주로 어떤 역할을 하나.

▲대신 혼나는 일을 한다.(웃음) 아이 대신 혼나는 엄마의 심정으로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흡수하고 또 고민한다.

코치라고 하니 우리가 대단한 거라도 가르치는 것 같지만, 사실 밴드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밴드는 이미 음악적 지향점이 정립된 존재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합의한 컬러가 있으니 선생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우린 그저 각 밴드가 지금 하는 음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조언만 해 준다.

-- 코치 제의를 수락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음악은 원래 형한테 배워야 한다. 나만 해도 (록밴드) 백두산의 보조로 시작해 음악을 배웠고, 신해철 씨도 김태원 선배 담배 심부름부터 시작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그렇게 형, 동생으로 지내면서 손기술뿐 아니라 왜 음악을 해야 하는지도 함께 배웠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 요즘 음악하는 친구들은 (대학) 실용음악과나 학원에 가서 배우더라. 그게 안타까웠다. 무대에 설 때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지, 실패한 공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학교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심사위원을 해 달라'는 걸 코치하겠다고 자원했다. 밴드 문화를 되살리고 싶었다.

--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나.

▲물론이다. 코치와 밴드뿐 아니라 심사위원과 제작진까지 모두 끈끈해졌다.(웃음) 출연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3, 4년치 경험을 3개월 만에 했다는 거다. 그만큼 '압축 성장'을 했다. 사실 '톱 밴드'가 아니면 어딜 가서 신대철 씨 같은 사람한테 개인 교습을 받겠나.(웃음)

-- 특정 심사위원에 대해 '편향적이다' '지나치게 출연자를 깎아내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심사평을 두고 말이 많다. 코치로서 심사평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간담회 때 동종업자끼리 너무한다며 투덜거렸지만, 그건 말 그대로 투정이다. 그분들이 워낙 정확하게 약점을 짚어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덜 혼나려고 저희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연막을 치지만 안 속더라.(웃음)

송홍섭 위원장이 점수에 박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송홍섭 선배가 제일 중시하는 건 밴드의 '앙상블'이다. 젊은 연주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앙상블을 깨는 실수를 저지르기 쉬운데, 송 선배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는 거다. '톱 밴드'를 나가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완벽한 밴드, 즉 앙상블이 살아있는 밴드로 만들고자 그렇게 혼을 내는 거다.

비틀스는 레드제플린보다 테크닉이 떨어지지만, 앙상블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완벽했다. 그래서 비틀스가 아직도 '가장 위대한 밴드'로 불리는 거다.

-- '톱 밴드'는 음악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률 집계 방식이 좀 변해야 하는 거 아닌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시대에.(웃음) TV 시청률은 낮을지 몰라도 온라인에서는 난리다. 트위터나 유튜브, 디씨인사이드에서는 톱 밴드 소식이 쏟아진다. 우린 이미 충분히 화제다.(웃음)

--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슈퍼스타 K3가 악마의 편집이라면 우리는 천사의 편집'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는데.

▲슈스케를 비판하기 위한 말은 아니다. 난 슈스케 팬이다. 하지만 예리밴드 사태를 보며 '키워주겠다며 뽑은 밴드를 그렇게 가혹하게 대할 필요가 있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편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웠다.

-- '톱 밴드'가 밴드 음악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이 많다.

▲제일 기쁜 건 사람들이 '밴드를 해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사실 '밴드' 하면 대개 가난부터 떠올리지 않나. 그런데 '톱 밴드'를 통해 실력 있는 밴드들이 많이 소개되고 인기도 얻으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 지금의 열기를 이어가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저는 밴드가 차세대 한류 아이콘이 될 거라 믿고 있다. 일본 방송사에서 '톱 밴드' 구입 문의가 들어오는 등 분위기가 좋다.

사실 밴드 음악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작사·작곡·프로듀싱이 가능한데다 의상비 같은 부대 비용도 아이돌에 비해 훨씬 덜 든다. 톡식처럼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스타성까지 갖춘 팀을 계속 발굴한다면 밴드가 한류의 선봉장이 될 수 있을 거다.

-- 오는 22∼23일 서울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에버그린 뮤직 페스티벌'에서 한상원, 김도균, 신대철 등 '톱 밴드' 코치들과 함께 공연한다고 들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요즘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우리가 가르친 밴드들보다는 잘해야 할 것 아니냐.(웃음) 요즘 코치들과 만나면 하는 얘기가 '우린 쫓기고 있다'는 거다. 후배들이 너무 잘한다. '당신들은 얼마나 잘하느냐'는 소리 안 들으려면 사력을 다해야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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