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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비욘드 더 시

입력 : 2011-11-11 07:58:00 수정 : 2011-11-11 0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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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결에 흥얼거리게 만드는 묘한 멜로디 명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감독, 주연에 노래까지 한 작품 ‘비욘드 더 시(Beyond the sea)’는 37세에 생을 마감한 전설의 가수 바비 다린의 일대기를 그려냈다. 14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생각해 온 45세의 케빈 스페이시가 직접 20대의 바비 다린을 연기한 것에 대해 무리한 설정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병약했던 바비 다린은 실제 연령보다 약간 늙어보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전기영화와는 달리 시간은 자유자재로 전개되고 환상 장면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뮤지컬풍의 색조와 카메라 앵글은 현실과 환영 사이를 오간다.

뉴욕 슬럼가에서 태어나 성장한 바비 다린은 7세 무렵 류머티즘열로 인해 심장에 상해를 입으면서 15세 정도까지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 이 심장질환으로 과잉보호 속에 자란 그는 가족들 덕분에 선고된 수명을 넘어 스무 살 생일을 무사히 맞이할 수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실제로 작곡과 연주를 하던 바비는 가족들의 지원에 힘입어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 입문한다. 22세 무렵 데뷔하자마자 그의 곡 ‘스플리시 스플래시’가 거대한 성공을 거뒀고, ‘맥 더 나이프’가 9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스타덤에 오른다. 조만간 자신은 심장병으로 죽게 될지도 모르니 25세 이전에 전설이 되고 싶다는 야망을 인터뷰에서 내비치기도 했다.

여배우 샌드라 디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도 했지만 결국 이혼한다. 게다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마저 알아버리면서 스스로의 삶이 허구였다고 생각하며, 쇼 비즈니스라는 허구의 세계에 몰두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약한 심장을 움켜쥐고 이동주택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바비 다린은 이전과는 다른 반전 포크 곡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72인조 오케스트라와 명 프로듀서 필 라몬에 의해 애비로드에서 녹음된 사운드트랙은 케빈 스페이시의 ‘바비 다린 송북’이었다. 영화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과 함께 부르는 ‘애즈 롱 애즈 아임 싱잉’의 경우 ‘아메리칸 뷰티’에 삽입되기도 했으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드나잇 가든’에서 녹음한 ‘댓 올드 블랙 매직’의 경우에도 바비 다린에게 바치는 노래처럼 불렀다고 언급했던 그였다. 바비 다린의 음반사 앳코의 오래된 로고와 디자인을 음반 커버에 그대로 복각해 내고 있는 것 또한 흥미롭다.

한 곡을 제외한 앨범의 모든 수록 곡을 케빈 스페이시가 무리 없이 노래해 냈다. 뮤지컬 경력을 가진 그였기에 훌륭하고 안정된 가성을 바탕으로 바비 다린 특유의 추임새까지 완벽하게 재연해 낸다. 일단은 그가 바비 다린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가 느껴지는 노래들이었다. 그야말로 케빈 스페이시의 원맨쇼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비욘드 더 시’는 프랑스 가수 샤를 트레네의 ‘바다(La Mer)’의 영문버전으로 ‘니모를 찾아서’, ‘좋은 친구들’, 그리고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 같은 영화에서도 확인 가능했다. 무심결에 흥얼거리게끔 만드는 묘한 멜로디다.

이는 케빈 스페이시가 자신의 모든 걸 바쳐 바비 다린에게 보내는 일종의 러브레터다. 인생과 활동은 짧았지만 그 무엇보다 각별했던 바비 다린은 14년의 활동기간 동안 엘비스 프레슬리와 레이 찰스를 제외한 최다 히트곡들을 보유해 내면서 ‘전설’이 됐다. 할리우드에서 빛나는 별들 중 유독 순식간에 사라졌던 이 사내의 ‘추억은 달빛과도 같은 것’이라는 대사는 여운을 준다.

불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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