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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눈건강 이야기] 눈과 색상

입력 : 2011-12-12 01:22:42 수정 : 2011-12-12 01: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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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채도·명도 낮아 눈에 저자극
작은 글씨 메모 땐 녹색 펜이 좋아
어린이시력 위해 주변에 식물 두길
오래도록 사랑을 받은 상어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있다. 진회색의 딱딱한 겉면을 깨물면 보라색의 부드러운 속살이 나온다. 보통은 그 보라색 아이스크림을 맛보면서 포도맛이라고 느낀다. 색 자체가 보라색이니 다른 맛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하지만 정답은 오렌지맛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의 눈은 사물의 색을 단순히 색상 자체뿐 아니라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감정이라는 정서적인 감각을 입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령 장례식장에서 입는 검은색 옷의 검정은 무(無), 죽음, 슬픔 등을 의미한다. 빨강은 태양과 왕의 위엄, 사랑, 기쁨, 열정, 노여움, 분노를 상징한다. 옛 왕들이 붉은색을 자주 입은 것도 이러한 색이 주는 ‘감정’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느끼는 색에 대한 다양한 감성적 의미는 실제로 색채심리학이라는 학문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특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평화와 즐거움, 신선함 등을 의미하는 녹색은 눈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 눈에는 추상체와 간상체가 있는데 간상체는 명암을, 추상체는 색채를 인식한다. 녹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에 비해 채도와 명도가 낮아 명암을 인식하는 간상체를 자극하지 않고 편안하게 추상체에서 인식된다. 그래서 수술복도 차분한 녹색이고 칠판도 녹색을 썼던 것이다.

비타민A가 많이 함유된 냉이, 호박, 부추, 시금치, 파슬리 등 녹색 채소는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사람의 눈은 녹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작은 글씨로 메모할 때는 녹색 볼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특히 색과 눈은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강한 상호작용이 있어, 실제로 녹색을 보지 못한다 해도 눈을 감고 푸른 숲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곧 겨울방학이다. 눈은 쉽게 나빠지고 한번 나빠진 눈은 다시 회복되기 쉽지 않다. 특히 예전에 비해 안경을 낀 아이들이 늘어나고 안경을 처음 쓰는 시기도 4∼5세로 점차 빨라질 정도로 성장기 아이들의 눈 건강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0년간 어린이 근시 유병률은 3배가량 증가했다는 대한안과학회의 발표자료도 있다. 70년대 8∼15%에 그쳤던 어린이(초등학생) 근시 유병률이 2000년대 상반기에는 46.2%로 늘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녹색이라고는 잘 보이지 않는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서, 학교와 학원, 책과 컴퓨터에 익숙한 아이들의 눈이 건강하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아이들의 눈을 나쁘게 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방학 중 눈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활지도를 해주는 것은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한 눈 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가령 공부나 독서를 할 때는 눕거나 엎드리지 않고, 눈과 책은 30∼40㎝를 유지해야 한다. 또 50분 정도 공부하면 5∼10분 먼 곳을 보며 눈의 조절상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조명은 160룩스 정도로 밝게 하는 것이 좋다. 20세 이하에는 6개월마다 정기적인 검사 후 안경이나 렌즈를 교환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하루 종일 책·컴퓨터 등과 씨름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나 집안 거실 등에 녹색 식물을 키워 자주 보게 해주는 작은 배려도 아이들 시력을 보호해주는 훌륭한 역할을 한다.

압구정연세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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