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보다 중요한 건 열정·자존감 영국의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문화전달을 유전자의 자기복제 기능과 같게 보고, 전달·복제되는 문화 유전자를 밈(meme)이라고 명명했다. 이 밈은 전달하는 사람의 뇌에서 전달받는 사람의 뇌로 건너다닌다고 했다. 즉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문화적 요소인 밈이 전달됨으로써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삶 자체를 하나의 문화행위로 본다면 우리의 삶은 문화를 전달하는 멘토와 전달받는 멘티의 관계로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문화가 전달되는 모든 관계, 즉 스승과 제자 사이뿐만 아니라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의사와 환자 사이 등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관계이다. 문화가 바람직하게 전달되려면 멘토와 멘티가 잘 소통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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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숙명여대교수·영화평론가 |
그런데 멘토가 정성을 다해 뭔가를 전달하고자 해도, 멘티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 전달 자체가 안 될 정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멘티보다는 멘토에게 있다고 본다. 멘티의 입장에 서보지 않고는 결코 그를 도와줄 수도 뭔가를 전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실 마음의 문을 열기가 어렵지 내용 전달은 더 쉬울 수 있다. 문제는 멘티에게 마음의 창을 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쉽게 잊는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인재를 뽑는 기준이 '전문경험 보다는 순수지능과 열정'이라고 했다. 좋은 멘티로 만드는 것은 전달 내용이 아니라 열정과 자존감의 회복에 있다. 그렇게 되면 멘토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욱 창의적이며 주체적으로 될 수 있다. 문화전달은 복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창조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교육현장에서 이를 절감하면서도 지혜롭게 실천하는 데는 늘 한계를 느낀다. 진정한 제자는 스승의 어깨를 밟고 올라서는 사람이라는 말은 멘토에게 귀감이 되는 말이다. 창만 열게 해 줄 수 있다면 멘토보다 멘티가 세상을 더 넓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 대신 불안감으로 재촉할 때, 멘티를 더 자라지 못하도록 여린 살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 세상의 모든 멘토들이여, 멘티가 날개를 달 수 있도록 해 주자. 섣부른 선입견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돼 멘티의 발을 자르지 않도록.
황영미 숙명여대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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