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감독이 근친 성관계 논란 등으로 제한 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연출작 ‘뫼비우스’에 대해 “연출자로서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11일 김기덕필름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낸 영화 ‘뫼비우스’에 대한 호소 메일 전문과 영화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생각을 밝혔다. 김 김독은 “‘뫼비우스’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하기로 결정하는데 창작자의 양심으로 저 자신과 긴 시간동안 싸웠다”고 말했다.
‘뫼비우스’는 아버지의 외도로 파괴된 가정에서 자란 남자가 속세를 떠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어머니와 아들의 성관계, 아버지가 성기를 자르는 장면 등 파격적인 요소가 포함돼 논란을 일으켰다. “윤리와 도덕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뫼비우스’를 꼭 만들어야 하는지 깊이 고민했다”는 김 감독은 “애초 희망했던 배우들이 거절하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의심하며 몇 차례 제작 중단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최종 포기상황에서 시나리오를 본 한 유명 여배우와 존경하는 한 감독님이 ‘뫼비우스’가 꼭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며 지지와 용기를 주셔서 다시 만들기로 결심하고 스태프 배우들을 꾸려 촬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가 왜 이런 영화로 또 논란의 중심에 서야하나’라고 수없이 자문했다는 김감독은 “제한상영가의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창작이 뭔데 이런 고통을 겪으며 영화를 찍어야 하나 싶어 도망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 시대는 성과 욕망 때문에 무수한 사건과 고통이 있다”는 김감독은 “저는 ‘뫼비우스’로 그 정체를 질문하고 싶었다. 성은 무엇이고 성기는 무엇이기에 이 시대 우리들은 이렇게 욕망과 고통에서 허우적거릴까. 이것은 저 자신만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뫼비우스’의 줄거리는 관계에서 믿음을 잃은 부부의 질투와 증오가 아들에게 전이되고 결국 모두가 죄책감과 슬픔에 빠지고 결국 쾌락과 욕망을 포기하는 이야기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감독은 “제 영화는 항상 제가 판단하는 결론이 아니라 늘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었다”며 “이번 영등위에서 제한 상영가를 결정한 핵심 이유는 엄마와 아들의 근친 성관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줄거리를 자세히 보면 엄마와 아들의 성관계가 아니라 결국 엄마와 아버지의 성관계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연출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고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강조한 김 감독은 “영등위와 저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차이와 생각도 일반 성인관객이 영화를 보고 판단 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미성년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주제나 내용을 잘 못 받아들일 위험이 있지만 19세가 넘은 대한민국 성인들이 ‘뫼비우스’의 주제와 의미를 위험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도 불가피한 아버지와 딸의 내용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로 많은 마니아를 가지고 있다. 진정한 문화 선진국은 쉬쉬하는 인간의 문제를 고름이 가득차기 전에 자유로운 표현과 논쟁을 통해 시원하게 고름을 짜 내고 새로운 의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화의 의미 있는 주제보다 물리적인 영상만을 못 보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생각한다. 제가 지금 무엇이 부족해 단순히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엄마와 아들의 금기인 섹스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겠나. 전 그동안 제 18편의 영화 중 한편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자신의 연출 의도를 강조했다.
이밖에도 김 감독은 “‘뫼비우스’는 오는 9월 배급사 뉴에서 배급을 하기로 한 상태인데 제한상영가로 개봉을 못한다면 저를 믿고 참여한 배우, 스태프들이 크게 실망할 것”이라며 “스태프, 배우들은 ‘뫼비우스’의 공동 제작자로 국내 극장수익 지분도 50프로가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 동안 제 영화의 18편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인정해 주신다면 성숙한 대한민국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수 기회를 달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배우 조재현, 서영주, 이은우 등이 출연한 ‘뫼비우스’ 제작사는 영등위 측에 다시 한 번 재분류를 통한 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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