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규제 갖춰 도입” 찬성
“개인정보 수집 등 부작용” 반대
검·경도 관리문제 두고 신경전 “사립탐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제도화하는 게 맞다.”, “사생활 침해 등 각종 불법행위가 만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
정부가 수사기관의 보조역할을 담당하는 민간조사업제도(사립탐정 제도) 합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10년이 넘도록 논란만 계속된 사립탐정 제도를 도입해 유망직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에서는 사립탐정 업무 범위와 관리감독 문제 등을 놓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사립탐정을 합법화하는 방안 등을 담은 ‘고용률 70%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비업법 전부 개정 법률안’과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안’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7월 말까지 사립탐정에 대한 규제안 마련 등 사립탐정 제도를 법제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1999년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논란이 계속돼왔지만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사립탐정을 합법화할 경우 2만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립탐정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에서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사립탐정 기능을 하는 심부름센터가 청부폭력이나 개인정보 무단수집은 물론 위치추적을 통한 불륜조사, 채권추심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실종자 수색과 교통사고, 보험사기 증거수집 등 수사기관의 보조 역할로 업무범위를 철저히 제한하고 있으며, 불법행위를 할 경우 폐업조치 등 강력한 행정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우리나라 사립탐정의 업무가 주로 개인정보를 캐는 데 치우쳐 소송 증가 등으로 이어지거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반하는 제도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검찰도 사립탐정 도입 여부를 놓고 의견이 나뉜다. 경찰은 사립탐정이 수사기관의 보조역할을 수행하고 사건 해결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면, 법조계는 현재 변호사 또는 법무사 사무실에서 해오던 일과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제도 도입 여부를 판단하고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혜욱 인하대 교수(법학)는 “사립탐정을 찾는 수요는 계속되는데 법적 규제가 없다 보니 불법 행위가 성행하게 된 것”이라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사립탐정의 자격과 처벌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안을 만들고 관리감독은 제3의 기구에서 맡아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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