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가 드물게 칭송하는 인물이었던 춘추시대 위(衛)나라 대부 거백옥(?伯玉)이 한 말로서 ‘회남자’에 소개돼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실패가 있을 수 있다. 지내고 나면 잘못하고, 후회스러운 일도 많으니 뒤늦게라도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거백옥은 이런 말을 했다. “먼저 태어난 사람은 전례가 없어서 알기 어렵고, 뒤에 난 사람은 전례가 있어서 전 사람의 잘못을 그대로 밟지 않을 수 있다. 먼저 가는 사람은 뒤에서 보는 사람의 목표가 된다.”
타산지석 삼아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라는 권유이기도 하다. 항상 과거 역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현실에 일희일비해 가볍게 처신하지 말라는 경책의 의미도 담겨 있다. ‘채근담’에 “선비는 몸가짐을 경솔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몸가짐을 가벼이 하면 주변이 나를 흔들어 여유롭고 침착하지 못한다(士君子 持身不可輕 輕則物能撓我)”라고 한 것은 궤를 같이한다.
그럼 잘못된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제도나 관행은 개선해야 하고, 사람은 교체해야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잘라 내거나 내쳐야 할 때가 있다. 독수리가 30년 된 부리와 발톱을 스스로 쪼아대거나 마모시켜 새로운 부리와 발톱을 갖게 되는 사례는 감동적이잖은가. 병법에서 말하는 ‘고육계(苦肉計)’다. 비록 아프고 힘들더라도 더 나은 새로운 삶을 위해 내 육신을 자르고 뽑아내는 고통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45일간의 국정조사가 나흘 전 시작됐다. 국정조사 계획에는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비롯한 경찰의 축소 의혹 등을 조사범위로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이 작지 않아 특위의 순항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와 별도로 원세훈 전 원장은 개인비리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정보기관의 일탈이 있다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정원도 전신 중앙정보부 이후 설립 50여년이 됐지만, 잘못된 건 스스로 개혁하는 결단이 요청된다.
녹명문화연구소장
持身不可輕 : ‘몸가짐을 가볍게 하지 말라’는 뜻.
持 가질 지, 身 몸 신, 不 아니 불, 可 옳을 가, 輕 가벼울 경
持 가질 지, 身 몸 신, 不 아니 불, 可 옳을 가, 輕 가벼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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