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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트리버스 지음/이한음 옮김/살림/2만8000원 |
인간이 스스로 속이는 이유는 뭘까? 종교적인 용어로 타락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양심이 있는데도 속이는 행위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인간의 감각기관은 인간에게 바깥세계를 경이로우리만큼 자세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도록 진화했다. 총천연색의 3차원으로 사물을 지각할 수 있다. 움직임과 질감, 질서, 내재된 패턴, 그리고 소리와 냄새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현실을 거의 실재하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그 자세한 정보가 뇌에 전달되었을 때, 우리의 의식은 종종 그 정보를 왜곡하고 편향시킨다는 것.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을 행하는 것이다.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고 부도덕한 행위를 스스로 합리화한다.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왜일까?.
저명한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기만과 자기기만의 문제는 곳곳에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도 그렇다. 특히 남녀 간에 자주 발생한다. 남자는 잠자리를 갖기 전에 여자에게 홀딱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자마자 그녀에 대한 관심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사례가 그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자기기만이 어떻게 수많은 인위적인 재앙과 참사, 사고를 일으키는지 생생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때 군대를 동원해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여성을 ‘성 노예’로 몰아넣은 일은 여러 기록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일본인의 자기 부정은 그칠 줄 모른다.
저자는 이에 대해 “자기 조상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인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기기만이 철저한 편이다. 또 학자들은 무려 94%가 자신의 실력이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확신한다. 미국 고교생의 80% 이상도 스스로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자신한다. 기억은 재구성되고 쉽게 조작된다는 것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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