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민감업종 실적부진 지속
3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51개 상장사 중 23곳은 지난해 3분기보다 부진한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10곳 중 4곳은 지난해 동기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상장사 실적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한 IT 업종은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고 금융업종 기업도 선전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IT업종 7개사 중 5개사는 영업이익이 작년 3분기보다 크게 늘어나거나 흑자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10조1636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1조145억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31.0%), LG전자(27.0%), LG이노텍(110.7%) 등도 실적이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건설, 증권, 화학 등 경기민감 업종의 성적은 여전히 부진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7468억원의 대규모 적자로 전환했고 GS건설도 104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현대건설은 2061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6.2%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삼성정밀화학(-86.4%), LG화학(-14.0%) 등 화학업종과 S-오일(-95.1%), SK이노베이션(-56.7%) 등 정유기업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OCI는 57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나머지 상장사 이익 전망도 어둡다.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증권업종은 이번 분기에도 부진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의 7∼9월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2.3% 줄어든 106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의 7∼9월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보다 47.8% 급감한 467억원, 우리투자증권은 44.3% 줄어든 235억원이다. 국내 경기회복이 부진하면서 하이트진로(-14.7%), 롯데제과(-11.3%), CJ제일제당(-23.7%) 등 다수 음식료 업종도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회복 가시화가 증시 관건
실적 둔화로 주가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코스피가 2030선을 넘었지만 실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결국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간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의 실적전망이 어둡다는 것이 문제다. IBK투자증권과 실적평가 전문기관 IBES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 아시아 신흥국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EPS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그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EPS 전망치가 낮아진다는 것은 경영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25일 기준 미국의 EPS 전망치는 지난 3개월 전보다 1.2% 하향 조정됐다. 중국(-1.3%), 영국(-4.1%), 독일(-3.1%), 프랑스(-2.6%), 스페인(-10.6%) 등 주요국의 전망치도 떨어졌다. 한국의 12개월 예상 EPS 역시 지난 3개월 전보다 3.9% 하락했다. 수출 중심의 기업구조를 가진 상장사가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해외에서 들리는 어두운 전망이 뼈아프다.
아직 건설, 화학 등 경기민감 업종의 실적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3분기 상장사들의 연이은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4분기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가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부문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3분기 대규모 적자가 실적 전망치를 크게 떨어뜨렸고, 자동차 부문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며 “이 때문에 상장사 전체의 4분기 이익 전망치도 크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적전망 하락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적전망의 하향 조정이 주식시장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이미 외국인들의 유동성을 통해서 한껏 주가가 고평가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의 둔화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것인데, 실적 전망과 주가의 괴리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라며 “유동성을 믿는다면 매수 전략이 맞겠지만 주가가 실적을 반영하는 숫자라고 생각한다면 탄력 둔화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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