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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많은 분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 힘들지만, 이제 화해하고 싶다"

입력 : 2014-01-20 14:45:28 수정 : 2014-01-20 2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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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국대 교수 신정아 인터뷰
신정아씨가 미얀마의 한 소도시 바고에 있는 빤찬꽁 보육원에서 고아원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미술과 관련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누고 싶었어요.”

최근 한국 미얀마 간 문화교류 현장에서 만난 전 동국대 교수 신정아(42)씨는 언론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지 말문을 떼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신씨는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인 ‘하얀코끼리’(이사장 영담 스님) 소속으로 단기봉사(14~19일)차 미얀마를 방문해 양곤 북쪽의 소도시 바고 빤찬꽁 보육원에서 고아원생들에게 그림을 지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학력 위조 파문과 정권 실세와의 스캔들로 7년 가까이 시련의 세월을 보내던 그였기에 새로운 일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몇몇 후원자들과 ‘하얀코끼리’가 양곤, 바고, 사가잉 등에서 벌이는 문화, 의료, 교육 사업을 동행취재하던 중 신씨를 발견해 적이 놀랐다.

“지난해 처음 왔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아이들과 놀아만 주다가 갔어요.”

그 때 아이들에게 미술로 꿈을 심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올해는 낡은 보육원 건물 외벽을 도색하는 일을 구상했다고 한다. 신씨는 하회탈, 십이지신상, 첨성대 등 한국 전통문양을 건물 요소요소에 그려 넣으며 물감 배합법, 붓 터치법 등을 가르쳤다. 한 봉사단원에 따르면 신씨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의 몸도 생각치 않고 열성이어서 주위에서 말릴 정도였다고 한다.

“아이들이 의외로 잘 따라해 흐뭇했어요. 통역이 있지만 굳이 말을 안 해도 서로가 눈빛으로 통하는 것 같아요.”

바고 쪽의 봉사단은 한식당 대표, 주부, 대학생, 중고교생 등 모두 9명으로 이뤄졌으며 신씨는 틈틈이 인근 주부들과 120명 가량의 원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김치담그기와 윷놀이, 재기차기 등 전통문화 체험도 거들었다.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 ‘비룡소’로부터 그림책 1000권을 받아 전달하기도 했다.

그가 봉사활동에 마음을 낸 것은 영담 스님의 권고가 컸다. 그를 동국대에서 파면시킨 사람이 당시 학교 진상위원장을 맡았던 영담 스님이었다. 신씨는 훗날 자신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크고 작은 불편을 끼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죄 인사를 했는데, 그 중에 영담 스님도 있었다.

“그 때 저를 격려해 주시며 이웃의 어려움에 뛰어들어가 보라고 권면해 주셨어요.”

그는 “맑고 순수한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외려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의 힘까지 얻었다”고 했다. 2011년 자신의 수인번호를 딴 자전적 에세이 ‘4001사건 전후’를 출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만난 그는 “지금처럼 안정된 마음이었다면 책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분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 힘들지만, 이제 화해하고 싶다”는 그의 고백에서, 그가 인생의 큰 고비를 넘어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고=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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