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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운트곡스 파산… 추락하는 비트코인

입력 : 2014-03-02 20:38:25 수정 : 2014-03-02 20: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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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으로 4860억원어치 ‘증발’
신뢰도 추락… 존속 회의감 확산
국내선 하루거래 3억∼4억 유지
비트코인(bitcoin)은 결국 17세기 네덜란드 튤립버블의 현대판이 될 것인가.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이던 마운트곡스(Mt Gox)가 지난달 28일 파산하면서 비트코인이 다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0%를 차지했던 마운트곡스의 몰락은 비트코인 자체의 신뢰를 허무는 상징적 사건이다. 최대 거래소가 파산한 만큼 비트코인의 존속 여부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의 질주에 냉소를 날리던 이들은 ‘예언의 실현’에 쾌재를 부를 만한 상황이다. 진작 “화폐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한국은행에도 냉소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고위관계자는 “비트코인이 어찌 되나 두고 보시라”며 ‘비극적 운명’을 예언하곤 했다. 한낱 꽃일 뿐인 튤립 뿌리가 집 한 채 값까지 치솟았다가 한순간에 거품이 터져버린 희대의 사건과 다르지 않을 거란 암시였다. 2010년 중반까지 1센트도 되지 않던 1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1200달러를 넘어서는 폭발적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비트코인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거래업체의 시스템 부실로 사고가 난 것일 뿐 비트코인 자체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korbit.co.kr) 김진화 이사는 2일 “여러 은행 중 큰 은행 하나에 문제가 생긴 것일 뿐 이를 화폐 자체의 문제로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의 몰락이 아니라 또다시 성장통을 겪는 것”이라며 “세대교체, 선수교체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빗에선 1비트코인이 6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 이사는 “국내 거래규모는 요즘도 하루 3억∼4억원 정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업체의 시스템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도 아니다. 지난 수년간 시스템 오류, 해킹 등의 문제가 불거졌으며 그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과 회복을 반복했다. 마운트곡스가 파산에 이른 과정도 석연치 않다. 안전성이 높은 비트코인과 은행에 예치했던 현금까지 “도둑맞았다”는 회사측 설명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부자의 소행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마운트곡스가 시스템 결함을 악용한 해킹을 파산 이유로 내세운 데 대해 어떤 거래소도 항상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문제가 없었다면서 마운트곡스의 대처에 의문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특히 마운트곡스가 시가 4860억원어치의 비트코인과 함께 은행계좌에 예치돼 있던 290억원의 현금도 인출됐다고 밝힌 데 대해 “복수의 은행에 예치돼 있던 돈까지 해킹당하기는 어렵다”며 내부자 소행 가능성을 거론했다. 마운트곡스는 지난달 28일 비트코인과 고객 예치금이 소실돼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다며 도쿄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당장의 침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김진화 이사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마운트곡스의 본사가 있는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태로 비트코인의 취약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1일 “마운트곡스 고객들의 피해를 변제할 방법이 없다”며 “일반적인 통화와 달리 국가와 중앙은행과 같은 관리자가 없는 비트코인의 문제가 선명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비트코인이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온라인 가상화폐.
발행기관이 없다는 점이 기존의 모든 화폐와의 근본적 차이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발행기관이 없는 최초의 화폐이자 은행도, 정부도, 국경도 필요없는 글로벌 전자금융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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