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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선의 한 주의 시] 햇살 같은 ‘말의 꽃’ 피우며 살아가자

입력 : 2014-03-06 23:59:28 수정 : 2014-03-06 23: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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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 최 원

남녀가 서로 나누는 달달한 한마디는 살랑이며 지나는 바람 같은 것, 더 보태어 어쩌구저쩌구 띄우는 수작은 뭉게뭉게 떠오르는 구름 같은 것, 이런 추파에 넘어지는 여인의 뒷이야기는 그래도 잠시 지나가는 웃음 같은 것

정색만 하고 살아도 모자랐던 지난 세상살이

이해利害 없이 무심히 나눈 곁말 한마디, 싱겁고 무료해서 인사말처럼 건넨 농 한마디, 시시덕거리며 히죽대던 그 입놀림에 혹여 상처 입었던 사람은 없었을까

말의 다리 위에서 사람을 기다린다

웃어 보려고 던진 말, 대화 잇기에 바빠서 함부로 내뱉은 말, 미처 살피지 못하고 참견한 말, 하고 싶은 말을 숨기며 에두르고 에두르다 실수가 되어버린 가싯말, 제발 그 말 속에 남의 가슴을 후비는 비수가 숨어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림=화가 박종성
한마디 말 속에는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미움과 분노, 사랑과 희망과 위로가 다 들어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곁에 있는 사람에게, 혹은 처음 만난 타인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며 삶을 영위해 나간다. 사랑하기 위하여 혹은 생활을 위하여, 혹은 그저 한 번 웃어보려고, 때로는 삶이 너무 싱겁고 무료해서 ‘시시덕거리며 히죽대는’ 입놀림도 하며 살아간다. 나의 한마디 말로 누군가의 가슴에 봄꽃이 피어나고, 어떤 이의 가슴에는 대못이 박히고, 때로는 천둥 번개가 일기도 하고 알찬 알곡 거두는 가을을 맞기도 한다.

꼭 해야 하는 한마디 말을 못하고 가슴속에 꼭꼭 숨겨두었다가, 에두르고 에두르다가 생애의 가장 큰 사랑과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지나간 뒤에 후회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는 날마다 ‘말의 다리 위에서 사람을 기다린다’

한마디 말,

겨울의 흰 눈처럼 순결한 말,

한마디 말의 가시에 심장을 찔려서 아파하는 사람이 없도록 오로지 순결한 말로 나의 삶과 타인의 삶에 환한 꽃의 다리를 놓아야겠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온 음식과, 내가 받은 사랑과, 내가 읽은 책들과, 내가 걸어온 길 위에서의 체험을 모두 양식으로 하여 한마디 햇살 같은 말의 꽃을 피우며 살아야겠다.

이혜선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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