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씨가 민간조사업계에 뛰어든 것은 15년 전이다.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뒤 한 사건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필리핀의 한 전자부품 업체의 통역을 담당하던 그는 업체 사장이 한국의 모조품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도 변호사도 외국기업의 일에는 발벗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문씨는 “회사가 곤경에 처했을 때 유리한 증거를 찾아주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때마침 사설관리정보사협회에서 사설탐정을 양성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릴 적 추리소설을 읽으며 탐정을 꿈꾼 문씨는 사설탐정에 지원했고, 이후 혹독한 훈련을 거쳐 탐정이 됐다.
그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태반이었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하루 16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하기도 했다. 조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각종 법률을 익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탐정 입문초기 가정사 조사나 교통사고 분석 등을 했으며, 현재는 수석 팀장으로서 기업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특허권 침해 증거나 산업스파이를 찾아내는 일, 모조상품의 공급원을 알아내는 일 등이 그의 주 업무다. 주로 외국계 회사가 고객인데, 최근 들어 1년에 마음 편히 쉬는 날이 하루 이틀에 불과할 정도로 의뢰가 폭주하고 있다.
문씨는 의뢰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쇄도하고 있지만, 이날 어떤 의뢰를 누구에게 어떤 과정으로 받았는지 한 마디도 입 밖에 꺼내놓지 않았다.
그는 “의뢰인과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한 마디로 이유를 대신했다. 본의 아니게 법에 저촉되는 사안을 노출하게 되기 때문에 입을 조심한다고 한다. 그는 “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알음알음으로 의뢰를 해 온다”며 “채용할 때도 유관기업에 있는 사람들을 헤드헌팅하는 방식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문씨는 “의뢰인은 100% 자신을 위해 싸워줄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경찰과 변호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사무실에 의뢰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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