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불분명한데도 200억 대출
조선업체 ‘천해지’ 헐값인수 의심 1997년 부도로 주저앉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자산규모 5600억이 넘는 계열사 50여개를 소유하기까지 재기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특혜를 누린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8년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 차남 혁기(42)씨가 공동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인 조선업체 천해지의 지분을 헐값으로 인수했다는 의심을 받는 데 이어 같은 시기 유 전 회장 측이 다른 계열사 ㈜세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천해지와 세모는 세모그룹의 핵심사업인 여객 운송과 건강식품 제조 부문을 부도 후 각각 이어받은 만큼 두 업체의 인수과정은 유 전 회장의 ‘화려한 복귀’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 열쇠로 주목받는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새무리는 2008년 1월 ㈜다판다, 문진미디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세모의 지분 80%를 인수했다. ㈜다판다는 대균씨가 최대 주주이고, 문진미디어는 혁기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앞서 1999년부터 법정관리를 받던 세모는 이 컨소시엄의 투자금으로 담보·채권문제를 대부분 해결해 2008년 2월 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석연치 않은 점은 실체가 불문명한 법인인 새무리가 은행권에서 거액을 빌려 세모 인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2006년 4월 설립됐는데, 2008년 감사보고서 외엔 공개자료를 찾을 수 없다. 이 보고서를 보면 업종은 건강식품 도소매이고, 대표이사는 황호은씨로 신고됐다. 황 대표는 지분 30%를 보유한 대주주로도 활동했는데 세모 대표이사를 지낸 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새무리는 세모 인수를 위해 2007년 기업은행에서 95억원, 농협중앙회에서 128억원의 단기 차입금을 각각 빌렸다. 당시 이 회사가 보유한 유형자산은 향후 보유하게 될 세모 주식과 21억원 상당의 집기 비품이 전부였는데, 200억원 넘게 대출받은 배경이 의심된다. 더구나 주주 수는 370명인데 임직원은 4명에 그친 회사 운영은 상식과는 거리가 먼데도 금융권 대출심사를 통과했다.
새무리가 유 전 회장 일가의 세모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분구조를 바꾸기 위해 급조된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받는 것도 이런 대목과 무관치 않다.
같은 해 유 전 회장 측의 천해지 인수과정에서도 ‘새천년’, ‘빛난별’이 등장하는데, 이들 역시 실체를 의심받는 법인이다. 이들 회사는 아이원아이홀딩스에 천해지 지분을 넘겨 큰 수익을 올렸는데도, 사업을 지속하지 않고 청산을 결의했다. 따라서 새무리와 더불어 지분 매각으로 실제로 수익을 올렸는지, 그렇다면 그 수익이 유 전 회장 측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기사에서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가 그 배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에 대해 인천 지방검찰청은 공문에서 오대양 사건이 “당시 수사기록 검토 결과 집단자살이 구원파 측이나 유병언 회장과 관계있다거나 5공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혀와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라는 직위가 없어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목사로 재직한 사실이 없으며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신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유 전 회장 유족 측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 천해지의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아니고, 유 전 회장은 높낮이모임을 통해 회사 경영에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추정재산 중 상당수의 땅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유기농 농산물 재배를 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유 전 회장의 소유가 아니고, 해외에 어떤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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