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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라진 교실 바닥, 내려앉은 천장… 세월호 교훈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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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01 21:09:51 수정 : 2014-05-01 21: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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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파여 철근까지 드러난 교실, 쩍쩍 갈라진 복도 벽, 뛰면 무너질까봐 체육수업도 못하는 강당…. 교실 바닥이 심하게 기울어 수업 중인 교사가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학교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 학교의 참담한 안전 현주소다.

위험 건물은 교육현장 곳곳에 널려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 재난위험 시설로 지정된 학교 건물은 133동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초·중·고교 건물 4곳 중 한 곳이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건물이다. 심지어 50년이 훌쩍 지난 ‘골동품’ 건물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이런 위험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위험학교가 여전한 우울한 현실은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 탓이 크다. 교육예산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바람을 타고 무상급식, 무상보육이 무작정 시행되다 보니 시설을 고치거나 지을 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2010년만 해도 학교 건물 개보수에 4600억원을 썼다. 하지만 이듬해 반 토막 난 데 이어 올해에는 80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4년 만에 5분의 1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교육청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1%에 그쳤다. 안전이 내팽개쳐진 위험학교는 이런 파행적 예산 배정이 낳은 결과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안전에 대한 국가 틀을 바꾸는 데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중점 지원하길 바란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안전관리시스템 고도화와 전문가 육성, 매뉴얼 작성, 교육훈련 등 소프트웨어에도 충분히 투자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늦었지만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정부예산의 전면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그간 복지에 편중된 국가재정을 안전 쪽으로 과감히 돌려야 한다. 재정이든 선박이든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면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안전과 복지부문에 예산을 균형 있게 재배치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판치는 포퓰리즘 공약에 대한 심판도 해야 한다. 갈라진 교실 바닥, 내려앉은 천장은 정치 포퓰리즘의 결과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적 인재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이런 참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가개조 차원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다. 당장 블랙코미디 같은 위험학교부터 개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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