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여년전 메르카토르는 구체(球體)인 지구표면을 장방형의 틀 속에 기하학적 원리에 따라 옮겨놓는 방법을 통해 세계지도를 만들었다. 이른바 ‘메르카토르 도법’에 의한 1569년 세계지도다. 그 전까지 지도의 외곽선은 원·타원·부채꼴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 지도는 사각형 테두리 속에 경·위선망이 가로·세로 수직으로 만난다. 지금도 지도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직사각형인 것은 메르카토르 지도 때문이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모서리가 둥근 지도에 비해 사각형 지도의 모서리 부근에 극심한 왜곡이 발생하지만, 오늘날에도 가장 널리 쓰이는 도법이다. 특히 위도와 경도를 직각으로 표시해 안전하고 빠른 대양 항해를 가능하게 했다. 메르카토르 지도에서 각도를 읽은 후 그 각에 나침반을 맞추어 항해한다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간 ‘네모에 담은 지구’에서 부산대 지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중세에서 근대로 내딛는 세계사적 전환기 속에서 살아간 메르카토르의 지도에 담긴 세계관과 지도관을 살펴본다. 메르카토르는 당시의 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지도를 철학적 그림이 아닌 수량화를 통한 실용적 도구로 전환시킴으로써 지도학이 근대의 과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게 저자의 인식이다. 중세 기독교권의 지도와는 달리 지도 중심에 예루살렘을 두지 않은 것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책은 지도뿐만 아니라 과학계의 여러 방면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메르카토르의 인생을 살펴보고, 메르카토르 도법 세계지도의 탄생 과정과 역사적 배경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메르카토르는 지리정보를 수집해 지도제작 기업을 일으킨 일종의 벤처사업가였다”며 “그의 획기적인 지도 투영법 덕분에 유럽인 주도의 빠르고 안전한 대항해 시대가 가능해 졌으며. 그 결과 유럽 중심의 세계화를 이루는데 크게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박창억 daniel@segye.com
<세계섹션>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