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수입된 일본산 철강재에서 비중이 큰 것은 열연강판(34.9%)과 중후판(16.4%)이다. 일본산 열연강판은 국내에서 만드는 고부가가치 강재인 냉연강판 제작에 주로 공급되고, 중후판은 국내 철강사들의 주력제품 중 하나로 조선사가 주된 공급처이다.
중국발 물량공세에 이은 일본산 수입 확대로 내수시장은 점점 해외업체들에 잠식되고 있다. 지난 8월 수입 철강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0.1%에 달해 7월 35.7%에서 대폭 커졌다. 주요 철강 생산국 중 내수시장의 수입산 점유율이 35%를 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 철강사들은 일본산 제품의 공급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고급강재 시장을 지키기 위해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수출이 올해 들어 ‘플러스’로 전환돼 그나마 철강업계를 떠받치고 있지만 앞으로도 추세가 이어질지 미지수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철강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6% 늘어난 251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2012년보다 12.1%나 대폭 줄어든 작년의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4분기 수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111개 해외 무역관을 통해 현지 바이어와 주재상사 직원 등 2142명을 설문조사해 4분기 수출선행지수를 산출한 결과 철강은 43.8로 나타났다. 현지 주문동향을 토대로 수출경기를 예상하는 이 지수는 50을 넘어야 직전 분기 대비 수출이 나아진다는 뜻이다. 수입규제를 비롯한 대외적 여건 변화로 수출이 줄 것으로 공사 측은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8일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전기강판 제품에 대해 덤핑 판정을 내렸다. 내달 6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를 받아들이면 6.88%의 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앞서 ITC는 지난 8월 말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서도 업체별로 9.89∼15.75%의 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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