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는 이번 달부터 오는 12월까지 3개월간 진료분에 대해서 포괄수가제의 적정성 평가를 갖고, 다음해 9월 이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도입 전부터 갑론을박이 많았던 부분인 만큼 그 결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더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바로 간호등급제다. 특히나 DRG에 포함된 총 4개 진료과· 탈장· 맹장수술 등 총 7개의 질병군의 경우 동일한 수가가 책정돼 있으나, 간호등급이 각기 다른데다 신고가 되지 않은 곳도 많다.
DRG에 포함된 질병군의 경우 모두 수술 관련 질병이다. 즉 수술 후 입원환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환자를 관리하는 간호 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도입된 것이 바로 간호등급제이나, 상급 종합병원의 경우를 제외하고 3등급 이상의 간호등급을 유지하는 병원은 약 40% 정도로 추정된다.
DRG를 통해 맹장수술이나 탈장수술 등을 상급병원 혹은 일반병원에서 받아도 비용은 수술법(복강경 혹은 개복)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같은 수술법이라면 동일한 비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간호 서비스에서는 차별이 존재한다. 이에 서울의 강남지역과 종로구를 표본으로 DRG 중 가장 많은 환자군인 충수염(맹장)과 탈장수술 환자를 받는 병원을 대상으로 보았다.
서울 강남지역과 종로구의 탈장수술과 맹장수술이 가능한 병원 대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의원 찾기 서비스를 통해 조회해본 결과 1등급인 곳은 전체 19곳 중 대학병원 서울대, 삼성병원, 강남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일반병원 강남 논현동 담소유외과가 유일하게 1등급이었다. 여기서 대학병원을 제외한 일반병원 14곳으로 산정하면 담소유외과 1곳이 0.01%의 수치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2등급 1곳· 3등급 1곳이라는 사실이다. 대학병원을 제외한 14개 병원 중 11곳이 3등급 이하로 약 80%가 기준 미달의 간호등급(미신고포함)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공공병원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임상간호연구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간호관리료 1등급과 7등급의 병원을 비교했을 때, 1등급 기관은 DRG 수가의 11.8만큼 입원경비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또 동일한 DRG 수가를 지급받는 경우 간호관리료 7등급 기관이 간호관리료 1등급 기관보다 10% 이상 입원경비를 절감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즉 1등급을 유지하며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7등급 병원보다 더 큰 손실을 본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의 정책과 국민의 의료서비스 질 향성을 위해 동참한 병원들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직장인 K씨(36)는 최근 탈장수술을 받은 지인에게 간호등급에 대해서 알아보고 병원을 선택했냐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대답은 NO. 오히려 그런 것은 어디서 확인하는지 역으로 질문을 받았다.
이처럼 국가에서 국민들을 위해서 시행하는 정책이지만 국민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아 무용지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직 도입초기 단계이며, 순차적인 발전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 사이 많은 병원들이 간호등급제 무용론을 들고 등을 돌린 후일지도 모른다.
입원환자가 발생하는 병원의 경우 간호 인력의 중요성은 상당하다. 세계적인 논문에서도 간호사별 담당 환자가 1명 증가할 때마다 환자의 사망률이 7%씩 증가하고, 환자의 소생실패율 역시 무려 7%씩 증가한다고 보고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인 국민들 역시 간호등급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병원의 시설만 볼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간호등급을 확인해 이에 대해 병원들이 중요성을 깨닫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간호등급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 건강(http://www.health.naver.com/hospital/list.nhn)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병원 약국 찾기 서비스에서 병원이름 조회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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