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한 의료진은 임산부의 배를 가른 순간 깜짝 놀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기를 둘러싼 양막(amniotic sac)이 터지지 않아 영화 속 괴물의 ‘알’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세다스 시나이 의료센터 산부인과 의료진은 신생아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임신 26주 만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첼시 필립스의 양수가 터지지 않아 아기가 양막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두려움과 경외심 등으로 가득 찬 순간에 할 말을 잃었다. 이들은 잠시 후, 재빨리 양막에 둘러싸인 실라스의 사진을 찍은 뒤, 수술을 진행했다. 다행히 실라스는 아무 이상 없이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양막에 아기가 둘러싸인 채 나오는 경우는 8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을 맡았던 의료진은 “영화 속 슬로우모션처럼 시간이 흘러갔다”며 “이건 분명히 현실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막을 꺼내는 데 10초 정도 걸렸다”며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히 살리기 위해 재빠른 판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첼시 필립스는 친엄마가 수술 과정을 알려주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조만간 필립스와 실라스가 무사히 퇴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KCBS-TV 영상화면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