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데이비드 거겐은 저서 ‘권력의 증인(Eyewitness to Power)’에서 힐러리를 빌 클린턴의 ‘대들보’로 표현했다. 힐러리가 없었으면 클린턴의 백악관 입성도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클린턴 정권은 사실상 두 사람의 공동지도체제였으며, 참모들 앞에서 언쟁을 벌이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상대의 심장을 향해 치명적인 직격탄을 퍼붓는 쪽은 힐러리였다.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뒤 최소한 백악관 내부 권력의 추는 힐러리에 기울었다.
정치전문기자인 케이트 앤더슨 브라우어가 최근 펴낸 ‘관저(The Residence)’에는 힐러리의 ‘복수극’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침실에서 책으로 내리쳐 클린턴을 피투성이로 만드는가 하면, ‘이런 망할 놈’이라는 욕설과 함께 무거운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바람둥이’로 유명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재클린이 없는 날에는 참모들과 수영장에서 여성들과 누드 파티를 즐겼다고 한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TV를 켠 채 잠들었다가 야단맞을 정도로 낸시에게 꽉 잡혀 살았다.
‘구중궁궐’인 청와대의 밤은 어떨까. 역대 대통령의 관저 생활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집무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인사들을 관저로 불러 바깥 여론이나 정치적 조언을 듣는다는 풍문이 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회견에서 퇴근 후 관저 생활에 대해 “보고서를 보는 시간이 가장 많다. 개인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편안한 자리를 자주 가졌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종종 와인 파티를 열었다. 관저는 그 폐쇄성 때문에 흥미로운 공간이다. 권력의 민낯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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