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시간이 걸려도 기본과 정도에 충실해야만 후유증이 적은 법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박세당(朴世堂)이 ‘사변록(思辨錄)’에서 “근본을 바로잡고 근원을 맑게 하면 송사가 없게 된다(正本淸源而至於無訟).”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최근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성완종 리스트’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거명되는 인사들 모두 기본과 정도에서 벗어난 행태를 보였다고 하겠다. 검찰 수사에 의해 명명백백히 가려지겠지만 불법적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이들은 밤잠이나 제대로 편히 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적 필요이든 여러 선거에 필요한 자금이든 급하다고 앞뒤 안 가리고 로비자금을 받을 일이 아닌 것이다. ‘정도무우(正道無憂)’라고 했다. 바른길로 가면 근심이 없다는 뜻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정치문화를 정화해야 한다. 홍콩의 정치경제자문위험공사(PERC)는 최근 한국의 부패가 아시아로 확산될 수 있다며 부패 한류를 우려하고 경계 대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 이뿐인가. 독일의 베를린 소재 반부패 민간국제기구 트랜스퍼런시 인터내셔널(TI)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청렴수준이 제자리걸음에 멈춰 있다고 분석했다.
떳떳하지 못한 자금을 받은 이들은 변명하지 말고 양심고백을 하길 바란다. 그래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오늘, 우리 공동체가 조금은 투명사회로 업그레이드되지 않겠는가. 오래전 공자는 옳은 길이 아닌 데 대해 이렇게 한탄했다. “나는 약삭빠르게 둘러대는 말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한다(惡利口之覆邦家者).”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正道無憂 : ‘바른길로 가면 근심이 없다’는 뜻
正 바를 정, 道 길 도, 無 없을 무, 憂 근심 우
正 바를 정, 道 길 도, 無 없을 무, 憂 근심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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