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엄마와 떨어져 산 어린 여가수를 위해 캄보디아의 한 프로그램이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거짓 이벤트’를 열었다가 비난에 휩싸였다. 해당 프로그램 연출자는 공식 사과할 뜻을 밝혔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외신들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한 방송프로그램이 최근 어머니날을 맞아 어텀 앨런(13)을 위해 작은 이벤트를 열었다. 여섯 살 때 아빠와 함께 미국을 떠나 캄보디아로 온 앨런에게 7년간 떨어져 살았던 엄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방송 당일, 무대에 오른 앨런은 과거 엄마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는 “엄마는 날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주셨다”며 “엄마와 다시 만나게 되다니 내 소원이 이뤄졌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무대에 앨런의 엄마로 등장한 이는 현지의 한 코미디언이었고, 그를 본 앨런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앨런은 “설마 진짜인 줄 알았어요?”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모르겠어요”라고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강하게 비난했다. 몇 년간 엄마를 보지 못한 소녀의 마음을 갖고 장난쳐도 되냐며 격분했다. 한 네티즌은 “프로그램 연출자는 뇌도 없고, 생각도 없고, 심장도 없는 거냐”며 “어떻게 이런 소재를 갖고 장난을 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앨런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엄마가 올 수도 있다고 믿었다”며 “그래도 다른 진행자들 덕분에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는 내게 ‘상황을 잘 넘겼다’고 칭찬해주셨다”며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빠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덧붙였다.
앨런은 “사실 그동안 엄마와 무수히 많은 연락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엄마는 매번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돌이켰다. 이어 “아빠와 나는 엄마가 미국 애리조나 어디엔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엄마가 정말 보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연출자는 “앨런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며 “비록 지금 엄마와 함께 살지 않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항상 앨런을 생각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난여론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며 “앨런에게 공식으로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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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MYTV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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