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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떤 살인(감독 안용훈)'은 몸을 살았지만 마음이 죽은 여자의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지은(신현빈 분)은 세 명의 남자에게 당한 성폭행 사건 후 이를 믿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지은은 극 중에서 여성과 노동자이자 언어장애까지 가진 사회적 약자로 표현된다. '어떤 살인'의 모든 메시지는 지은이 당한 사건으로 인해 시작되며 그가 선택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러므로 '어떤 살인'은 극 중에서 가장 억울한 '어떤 약자'가 그 보다 영악한 '어떤 강자'를 응징하는 구성을 띠게 된다. 복수극이란 통쾌해야 하지만 '어떤 살인'의 복수는 통쾌하지 않고 불편하다.
중요한 사실 하나. 지은은 한번도 남을 먼저 괴롭히거나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지은은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 있다. 회사에서는 악덕 상사에게, 밖에서는 욕정에 굶주린 남자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다.
자신을 끊임없이 몰아치는 사회의 폭력에 지은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지은의 행위는 자신을 위협하는 폭력에 맞선 방어 행동이다. 그러나 정당방위의 범위를 좁게 허용하는 입장에서 지은의 행위는 범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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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일을 당한 사람은 누구든지 복수를 욕망하거나 시행할 수밖에 없다. 그 마저도 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미쳐버리거나 존재의 가치를 상실해버리기 때문이다. '슬픈 폭수'란 지은의 존재를 입증하는 수단이다.
'어떤 살인'은 복수극이라기 보다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전투극에 가깝다. 지은은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을 위협하는 폭력을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폭력에 시달린 지은은 결국 멈추지 않고 달린다.
지은의 이같은 폭주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자겸(윤소이 분)이다. 자신의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여린 심성을 거친 남성성으로 포장한 자겸은 지은을 도우려 한다. 하지만 그의 모성은 살인용의자 지은 앞에서 판단을 흐리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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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겸은 법을 지키는 신분과 지은을 이해하는 여자 사이에서 갈등한다. 자겸의 마음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과도 같다. 지은의 복수를 막아야 하지만 그의 복수를 강제로 멈추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 성범죄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과 가까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은처럼 그 폭력에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다.
'어떤 살인'은 또 다른 지은이가 방아쇠를 당기게 할 것인지? 아니면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고민할 것인지를 관객들에게 묻고 있다. 28일 개봉.
이슈팀 ent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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